마지막 순간에 대한 바람
젊은 시절에는 시들어가는 꽃을 짐짓 외면했었다.
지는 꽃을 보면서 ‘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는 것도 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숨 막힐 정도로 장엄하게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내 마지막 모습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었다.
어느 봄날 철쭉꽃 지는 모습이 두 가지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꽃 핀 그 자리에서 가지에 붙은 채로 시들어가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가지에서 일단 분리된 후 암술에 의지하여 허공에서 시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일단 가지에서 분리된 후 시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갈 때에는 있던 자리에 폐 끼치지 말고 저렇게 가는 것이 좋겠다…’
고 생각했다.
그 후 동백꽃을 주목하게 되었다.
동백꽃.
동백꽃은 가지에 있던 그 모습 그대로 떨어진다.
동백꽃은 정말이지 ‘툭’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이 떨어진다.
나도 동백꽃처럼 가고 싶었다.
중환자실에서 치렁치렁 줄을 매달고 있다가 가고 싶지 않았다.
가야 하는 그 어느 순간에
동백꽃이 툭 떨어지듯이 그렇게 가고 싶었다.
시간이 더 지나고 나서는 무궁화가 눈에 들어왔다.
‘아……
무궁화는 지기 전에 일단 꽃잎을 오므리는구나.
꽃잎을 오므려서 돌돌 만 후에 떨어지는구나…’
바라는 마지막 모습이 바뀌었다.
무궁화.
가기 전에 무궁화처럼 주변 정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또 어떤 것을 보고
바라는 마지막 순간이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은 무궁화의 마지막 모습처럼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