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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을 그만둔 이유

경쟁에 관해서

어느 금요일 아침 6시 30분쯤,

워싱턴 DC 옆에 있는 미 국방부 건물(속칭 펜타곤)로 가는 버스 안에서

왼쪽 앞자리의 20대 초반 젊은이가 스마트폰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었다.

우주선을 발사해서 우주를 날아 일정한 지점에 도착시키는 게임인 듯하였다.


출근시간에도 비디오 게임이라……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나도 비디오 게임을 했었다.

4.75인치 플로피디스크로 컴퓨터를 켜던 그 시절에 ‘뱀잡기’를 했었고,

윈도우가 깔리고 나서는 트럼프 카드로 순서를 맞추는 게임도 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앵그리 버드’도 했고, 무선모형비행기를 조종하는 게임도 했었다.


스마트폰으로 ‘앵그리 버드’를 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가 이거 뭘 하고 있는 거야?

기계를 상대로 게임을 하다니…

내가 이 기계를 이겨서 뭘 어쩌자는 거지?...’

그 순간 이후로는 비디오 게임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은 ‘잘 안되기 때문’에 발동하는 ‘도전의식’ 때문이라고 본다.

비디오 게임이든 골프든 할 때마다 한 번에 척척 잘된다면 그것은 이미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뜻하는 대로 기대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기에 계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도전하게 되는 것,

그것이 ‘게임’인 것이다.

그런데 그 게임을 기계와 한다는 게 언짢아진 것이다.

그래서 모든 비디오 게임을 그만두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왜 비디오 게임을 했던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원래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비디오 게임을 할 때에도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컴퓨터/기계’와 경쟁을 하는 것을 했다.

남과 경쟁할 때

내가 이겨도 기뻐하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 노력했고,

졌을 경우 타인이 기뻐하는 모습(때로는 무례할 정도로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내 정신건강에 좋지 않았다.

그런데 혼자서 하는 비디오 게임은 승패에 대해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이제는 그것조차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기계를 상대로 경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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