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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 관하여

생각할 것이 많기도 하여라......

1.


연말이 가까워지면 선물에 대해 신경이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누구에게 선물할 것인가,

무엇을 선물할 것인가.....

사실 연말에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선물.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단어.


선물은

인생의 길을 부드럽게 만든다.


2.


선물을 고를 때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중 가장 으뜸가는 기준은

'그가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자기 돈을 지불해가면서 사기는 망설여질 것이다'

라는 것이다.


30대의 젊은 시절,

아내에게 속옷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와코루'라는 상표.

무척 비쌌다.

하지만 효과는 대단했었다.


우선 아내는 내게서 속옷을 선물 받은 것이 처음이었다.

(그 이후로도 없었지만.)

그런데 '와코루'라는 그 속옷은

월급쟁이 회사원에 불과한 남편을 둔 가정주부로서는

멀쩡한 정신으로는 자기 스스로 절대로 살 수 없는 그런 가격.

그런 선물은 아내를 기쁘게 했다.


3.


만약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가격을 조금 세게 해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니 이렇게 비싼 것을.....'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라면 강한 인상을 주기에 좋다.

특히 나중에 부탁할 일이 생길 것 같은 사람이라면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가격대를 선물하여

미리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조금만 과해야 한다.

너무 과하면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 된다.


4.


경우에 따라서는 당구의 쓰리 쿠션과 같은 성격의 선물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선물 받을 본인이 아니라 가족 등 그 주변 사람에게 선물을 해서

선물 받을 본인을 기쁘게 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그 남자의 아내를 위한 선물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내가 자주 대하게 되는 것으로.

선물을 받은 여자는 받은 선물을 볼 때마다 선물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게 될 것이고

그 빈도에 비례해서 선물의 대한 효과도 커진다.

베갯머리송사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다만 여성용 내의 같이 그 아내의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

그리고 그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선물도 역효과.


아이들을 위한 선물도 괜찮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들이 기쁘면 자신도 기쁜 법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서 아이들이 기뻐하면

그 부모는 선물을 건넨 사람에 대해 강한 인상을 갖게 될 것이다.


그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에게 선물하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5.


선물을 할 때에는 포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같은 선물이어도 포장을 잘하면 선물의 품격이 높아진다.

약간의 수고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그 수고와 비용 이상의 효과를 확실히 얻을 수 있다.


모든 선물은 포장이 중요하다.

매우 중요하다.


6.


선물은

선물 받는 사람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개인용 물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그가 하는 일과 관련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내가 생일 선물로 주방용품을 선물 받으면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

주방에서 일하는 아내가 주방용품을 선물 받는 것은 감동을 받기 어렵다.

차라리 아내의 목욕용품을 선물하는 것이 낫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는데,

아내가 갖고 싶어 했던 비싼 주방용품이 따로 있는 경우이다.

아내가 단독으로 구매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이어야 한다.

그럴 때는 아내가 하는 주방일과 관련되어도 선물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내에게 주방용품을 선물하는 것은 효과 별무.


마찬가지로 직업상 필요한 물품이기는 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망설이는 경우이다.

이 경우 그것을 선물한다면

그것을 사용할 때마다 선물한 이를 기억하게 될 것이므로

퍽 괜찮은 선물이 된다.


7.


선물 받는 사람이

자신에게 특별한 추억, 기억,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물품을 버려야 한다면

그런 선물은 피해야 한다.


요즈음은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년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 만년필이 너무 낡아 보여서 새로운 고급 만년필을 선물했다고 해보자.

외견상 좋은 선물처럼 보이지만

만약 그 만년필이 그 사람 선친의 유품이었다면?

선친의 유품인 만년필을 버리고

새로 선물 받은 만년필을 쓰게 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곤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새로 선물한 만년필은 고이 모셔지거나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좋은 선물이라 할 수 없다.


8.


어쩌다 보면 받은 선물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에는 아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포장은 절대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 할 것.

포장조차 바꾸지 않고 다시 선물한다면

그것은 선물이라기보다는 '무관심' 또는 '무시'를 전달하는 것이 되겠다.


받은 선물을 자세히 살펴서 특정인을 위한 표시가 있는지 보아야 하고

그것이 발견되면 제거해야 한다.

'전우치 님께 홍길동 드림'이라는 표시가 있었는 선물이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임꺽정에게 선물한다면

임꺽정의 기분이 좋을 리 없겠다.

실제로 그런 선물을 몇 번 받은 적이 있다.

슬프게도......


내게 선물을 준 사람과 내가 받은 그 선물을 다시 선물할 사람

그 두 사람은 절대로 만날 수 없어야 한다.

홍길동에게서 받은 선물을 임꺽정에게 선물한다고 해보자.

홍길동과 임꺽정은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길동이 내게 한 선물을 내가 임꺽정에게 다시 선물했는데

임꺽정의 집을 방문한 홍길동이 거기서 내게 했던 선물을 발견한다면

홍길동의 실망, 분노, 배신감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


9.


선물을 할 때에는 자신의 것 또는 자신의 사업장의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감동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사과장수가 사과를 선물해서는 안되고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화장품을 선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선물 받는 사람은

'재고가 너무 많아서인가?...'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퍽 널리 알려진 대형 화장품회사는 사회복지를 위해 선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자기 회사 상품을 선물하지 않는다.

반드시 별도의 돈을 들여 선물을 산다.

자기 회사 상품을 선물한다는 것의 부정적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10.


다른 이에게 선물을 할 때에는

나와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도 그 정도는 챙겨주자.


인척 중 한 분이 사업을 할 때였다.

연말을 맞이해서 거래처에 선물을 하게 되었는데

그 해에는 설악산에서 나오는 자연산 송이버섯이 선택되었다.

자연산 송이버섯, 무척 귀한 것이다.

그 귀한 것을 우리 집에 보내왔다.

이 귀한 것을 어떻게 우리 집에까지 보내게 되었는지 여쭈어보았더니

'거래처 사람들만 먹으면 쓰겠어?

 우리도 먹어보자구!'

라는 대답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선물을 할 때에는 남만 챙기지 말고

가족과 같이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도 챙겨야 한다는 것을.


11.


아이들에게는 피해야 하는 선물이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몹시 싫어한다.


   그

   것

   은

 

 

 




'마음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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