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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미국 들여다보기 - 24

  내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다니던 1960년대에 아이들끼리 그런 퀴즈를 내고는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그때는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답이었다. 1931년에 지어졌고, 1972년에 미국의 세계 무역 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세계 1위를 유지했었다. 그 후로 세계 무역 센터보다 더 높은 건물들이 곳곳에 더 들어섰지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 오랫동안 내 뇌리에 각인된 내용이었다. 사실 기억 속의 이름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처럼 세 단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처럼 한 단어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다 미국에 와서 살면서 뉴욕주의 자동차 번호판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그때서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이라는 세 단어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의문이 이어졌다. 뉴욕주 자동차 번호판에 엠파이어 스테이트라고 왜 적어놓았지? 그래도 한 때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음을 기억하자는 것일까?... 참 우스운 추측이었다. 본말이 전도된 추측.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기억하자고 자동차 번호판에 엠파이어 스테이트라고 적은 게 아니고, 뉴욕주의 별칭이 엠파이어 스테이트이고 그 뉴욕주의 별칭을 건물 이름에 갖다 붙인 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각 주는 별명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별명들을 자동차 번호판에 적어놓은 주가 많다는 것을.


  뉴욕주,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뉴저지주, 가든 스테이트(Garden State). 2004년에 이런 이름의 미국 영화가 있었다. 당연히 뉴저지주가 배경인 영화.

델라웨어주, 더 퍼스트 스테이트(THE FIRST STATE). 미국은 많은 주(state)로 이루어진 국가인데, 델라웨어가 미국 독립 당시 최초로 미국 헌법을 승인했기에 주(state)로는 ‘첫 번째’이다.

플로리다주,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 남쪽 지방의 그 햇살이 머리에 떠오른다.

미네소타주, 일만 호수의 땅(Land of 10,000 lakes). 호수가 많아서인데 12,000개 정도가 있다고 한다.


  ‘초고층건물’을 지칭하는 말로 지금은 쓰지 않는 말이 있다. 마천루. 摩天樓. skyscraper. 하늘(sky/天)을 긁는(scrape/摩) 건물(er/樓). 이제는 ‘마천루’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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