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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

미국 들여다보기 - 26

  미국 이민사회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이민 와서 갖게 되는 직업은 대개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을 따라가게 된다.


많은 이민자가 고개를 끄덕이는 얘기다. 왜 그럴까? 미국 이민 와서 갖게 되는 직업이 공항에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을 따라가는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민. 오라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 상태에서,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듯이, 미국 이민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가족, 친척, 친구 등 먼저 와서 살고 있는 누군가의 초청이나 권유가 있어서 미국 땅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이민을 위해 비행기로 미국 땅에 도착했을 때에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도착한 사람의 묵을 곳을 준비해놓는다. 마중하는 사람의 집일 수도 있고 따로 구해놓은 거처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거나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은 공항에 도착한 사람과 매우 친숙하거나 무척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공항에 마중 나가기 위해 그날의 생업을 팽개친다는 것은 어지간히 가까워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생활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그렇게 이민을 위해 낯선 땅에 도착한 첫날은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집이나 그가 준비해둔 거처에서 지내게 된다. 안정된 거처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그렇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많은 한인이 미국 땅에 도착한 후 시차 적응되기도 전부터 일을 시작한다.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도대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불안한 것이다. 그런데 도착한 지 며칠 안된 사람이 무슨 수로 독립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낯선 땅, 낯선 언어 속에서 말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공항에서 마중 나온 바로 그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미국 직업세계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즉 미국에 도착해서 처음 접하는 영역의 직업이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인 것이다. 처음에는 옆에서 곁눈질로 견학하는 수준이었다가 조금 지나서는 도우미(helper)가 되는데, 그 단계에 이르고 나면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것보다는 이미 익숙해진 이 일,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하는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 또는 그 인근 직종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먼저 미국에 도착해서 살고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다 보면 그 사람의 직업에 친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결국 그 업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이민 와서 갖게 되는 직업은 대개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것이다. 초청 이민의 경우에는 초청인은 자신의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기에 도착한 사람은 더욱 자연스레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의 직업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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