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 27
판사, 검사, 변호사. 이 셋을 법조삼륜(法曹三輪)이라고 한다. 법조의 세 바퀴. 법조계를 구성하는 세 집단이라서 그렇게 부른다. 속칭 '사자 직업'이다. 세 직업 모두가 '사'라는 글자로 끝나기 때문.
우리나라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에 진학해야 한다. 그다음은 조금 나뉜다.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난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가 된다.
검사. 법학전문대학원 수업과정에서 검찰실무 수업을 모두 통과해야 하며 졸업할 때 검찰에 원서를 낸다. 검찰에서 실시하는 여러 적성평가를 통과한 사람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검사가 된다.
판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일정기간 법조경력을 쌓은 후에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법조경력을 쌓기 위해서 검사, 변호사, 재판연구원 등으로 근무하게 된다.
변호사시험은 행정부에 소속된 법무부에서 주관한다. 즉 시험에 합격하면 민간인으로 일하거나, 행정부 또는 사법부에서 일하게 되지만 시험은 법무부 즉 행정부 소관이다.
미국에서도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로스쿨(law school)을 졸업한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은 변호사협회가 주관한다. 행정부 소속인 법무부가 시험을 주관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변호사 자격은 '국가'가 아니라 '변호사협회'가 부여하는 자격인 것이다. 변호사단체인 변호사협회가 새로운 동업자를 받아들이는 게 변호사시험인 셈이다. 이 시험은 상위 몇 등 안에 들어야 하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일정한 점수를 획득하면 변호사가 되는 절대평가이다.
미국은 미국 전체에 적용되는 법이 있지만 각 주에만 적용되는 법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변호사 시험도 각 주 단위로 치른다. 한 번 합격하면 전국에 모두 통하는 그런 변호사시험은 없다. 일하기 원하는 주의 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물론 여러 곳의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이 있다. 워싱턴 디씨,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는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변호사 영업활동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두 곳 또는 세 곳의 변호사 자격을 모두 갖춘 변호사가 있다. 그리고 변호사시험은 변호사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이다. 그러니까 이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그 즉시 검사나 판사가 될 수는 없다. 검사나 판사는 변호사 중에서 임용된다.
한 때 ‘국제변호사’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런 말은 없다.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얻은 사람으로서 한국에 있는 고객의 의뢰를 받아 영어로 된 계약서나 한미간의 분쟁 관계를 검토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그는 미국 어느 주의 변호사일 뿐이다. 거기에 ‘국제’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용어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한국과 미국 양쪽 모두의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해도 '국제변호사'라는 말을 쓸 수는 없다. '국제변호사'라는 게 원래부터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