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판촉수단
법원의 소송은 당사자 본인이 직접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한다.
소송절차에는 일반인이 알 수 없는 기술적인 요소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형사재판에서 변호사가 피고인에게
“잘못했죠? 반성하고 있죠? 앞으로는 안 그럴 거죠?”
하고 물을 때 그 광경을 지켜보는 방청석의 일반인은
‘아니, 저 뻔한걸 왜 묻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 질문은 법적으로는 의미가 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형량을 정할 때 참작사유가 되기 때문에 묻는 것이다.
변호사의 질문에 피고인이
“예.”
라고 한 마디를 하게 되면 판사가 판결을 할 때
‘개전의 정이 엿보이므로’ 또는 ‘뉘우치는 기색이 엿보이므로’
라는 이유로 형량을 가볍게 해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작은 질문 하나가 감형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것을 법관과 변호사는 알지만 법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당사자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용을 지불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다.
'법은 상식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법적 분쟁이 생기거나 법정에 출석하기 전에나 할 수 는 생각이다.
법이나 소송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업료를 치뤄보고나서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
그래서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는데 한국이든 미국이든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것은 변호사 비용이 든다는 얘기와 같다.
변호사 비용 즉 변호사에게 지불하게 되는 보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변호사 선임할 때 지불하는 착수금이 하나이고 승소했을 경우에 지불하는 승소사례금이 다른 하나이다.
패소하면 승소사례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어떤 경우이든 착수금은 지불하여야 한다.
한국의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소송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해서 변호사 보수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착수금조차 지불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승소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후, 승소가액의 일정 비율을 변호사 보수로 가져가도록 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하면 의뢰인은 변호사 보수를 후불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송을 시작하는 초기에 금전적 부담이 없다.
승소가액에 대한 일정 비율로 받기로 했기 때문에 변호사도 자신의 능력 여하에 따라 보수를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의뢰인도 ‘변호사 보수는 일정액이 아니라 승소가액에 대한 비율로 지불하기로 했으니까 변호사가 많이 가져가고 싶으면 상대방에게서 많이 받아내는 판결을 받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다.
변호사가 많이 가져간다는 얘기는 의뢰인에게도 금전적 이익이 커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변호사 사무실 광고에 보면 ‘보상금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변호사 비용 일체 무료’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변호사 보수를 승소가액의 일정한 ‘비율’로 정하고 ‘후불’로 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낮고 그렇기 때문에 ‘패소할 경우 변호사 비용 일체 무료’라는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변호사 보수를 승소 가액의 일정 비율로 정하더라도 변호사 보수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변호사 보수를 후불제로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이렇게 초기에 발생하는 착수금조차 받지 않고 사건을 수임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피해자는 소송 초기의 경제적 부담 없이 소송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승소 후 변호사 비용은 승소가액의 30%를 중심으로 정해지는 것 같다.)
변호사가 승소 가능성 있다고 하면서 소송을 권유하면 일단 소송을 건다.
소송을 걸 때 소송 당사자는 변호사 보수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일단 소송을 걸어보고 이기면 변호사와 나누어 갖고, 지더라도 당사자는 아무런 금전적 손실이 없다.
변호사가 보아 승소 가능성이 있으면 당사자를 설득해서 소송을 걸게한다.
소송에서 지게 되면 변호사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말하면 당사자는 못이기는 척 변호사에게 맡기게 될 확율이 높다.
이런 것이 미국을 소송 천국으로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변호사는 정의를 실현하는 직업이 아니다.
변호사는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는 직업이다.
변호사도 하나의 직업이니까 영업을 하여야 하는데
'소송에서 질 경우 변호사 비용을 받지 않겠다'
는 것은 훌륭한 판촉수단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