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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엘/살바도르

그리고 돈키호테

  미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멕시코를 지나 조금 더 밑에 <엘살바도르>라는 나라가 있다. 그 나라의 수도는 <산살바도르>.


  이 <엘살바도르>를 읽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가 있다. 

1. 중간에 끊는 것 없이 한 번에 <엘살바도르>로 읽는 방법.

2. 두 부분으로 나누어 <엘살>을 읽은 다음 아주 짧게 쉰 후 <바도르>로 읽는 방법. <엘살/바도르>.

3.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읽되 <엘>과 <살바도르>로 읽는 방법. <엘/살바도르>.

주위를 관찰한 결과 2의 방법 즉 <엘살/바도르>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산살바도르>도 <산살/바도르>로 읽고.


  여기서 잠깐. <엘살/바도르>라고 읽거나 <산살/바도르>라고 읽는 게 맞는 걸까?


  우리는 New York을 <뉴 욕>이 아니라 <뉴욕>이라고 적는다.

Costa Rica를 <코스타 리카>가 아니라 <코스타리카>로 적고,

El Salvador를 <엘 살바도르>가 아닌 <엘살바도르>고 적고, 

San Salvador도 <산 살바도르>가 아닌 <산살바도르>고 적고,

Puerto Rico도 <푸에르토 리코>라고 적지 않고 <푸에르토리코>라고 적는다.

그게 우리가 적는 방법이다.


  아쉽다. 우리도 저들이 적는 방식대로 적었으면 좋겠다.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를 <푸에르토 리코>로 적는다면

<푸에르/토리코>로 읽지 않고 <푸에르토/리코>로 읽을게다.

<산살바도르>(San Salvador)를 <산 살바도르>로 적는다면

<산살/바도르>로 읽지 않고 <산/살바도르>로 읽게 될 것 같다.

<엘살바도르>(El Salvador)도 <엘 살바도르>로 적으면

<엘살/바도르>로 읽지 않고 <엘/살바도르>로 읽지 않을까?

<코스타리카>(Costa Rica)도 <코스타 리카>로 적는다면

<코스/타리카>로 읽지 않고 <코스타/리카>로 읽어서 '리'에 조금이라도 강세가 들어갈 것 같다.


  그래서 <뉴욕>(New York)도 <뉴 욕>으로 적고,

<뉴올리언스>(New Orleans)도 <뉴 올리언스>로 적고,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도 <샌 프란시스코>로 적고,

<라스베가스>(Las Vegas)도 <라스 베가스>로 적고,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도 <로스 앤젤레스>로 적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적으면 그 도시 이름이 두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 더 명확하게 나타날 테니까.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라만차의 사나이 <돈키호테>, 이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키/호테>로 읽는다. 아닌데... <돈/키호테>인데... Don Quixote.




  우리말에서도 조심해야 할 것 하나.


프랑스가 가져간 우리 문화재 반환을 얘기할 때면 <외규장각>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방송국 아나운서가 <외규/장각>이라고 말해서 많이 놀랐다. 서적을 보관하는 규장각(奎章閣)이 있었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듯이, 도성 밖(外)인 강화도에 규장각을 하나 더 두어 이를 외규장각(外奎章閣)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외규장각>은 <외규/장각>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외/규장각>으로 읽어야 한다. 외규장각이 생기면서 원래의 규장각을 내규장각(內奎章閣)이라고도 불렀는데, 그 이유는 도성 내(內)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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