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 35
우리는 통치의 편의를 위해 한 나라를 여럿으로 구획 지었다.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미국은 각각의 독립된 여러 지방(state)이 모여서(united) 나라를 형성(The United States of America)했다. 그래서 미국은 우리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원래 독립된 주가 연합해서 하나의 나라를 형성했기 때문에, 외교/국방 등 연방정부가 갖는 권한을 제외하고 각 주는 여전히 독립된 정부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한 주가 한 나라> 같은 느낌을 자주 갖는다. 연방에 상하원이 있는 것처럼 각 주도 상하원이 있고, 연방에 대법원이 있는 것처럼 각 주도 대법원이 있다. 심지어 자체적으로 주방위군도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주지사를 우리의 도지사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동차 번호판도 전국적 통일 규격이 아니라 주마다 자신들의 번호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주가 그 자동차 번호판 안에 자기 주의 지도를 넣어둔다. 운전면허증도 주마다 다르게 생겼다.
우회전을 하기 위해 신호등이 있는 네거리에 도착했는데,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이 경우 우회전 가능 여부도 주마다 다르다. 어떤 주는 주위를 살피면서 자신의 책임하에 우회전을 할 수 있지만, 어떤 주는 초록색 신호등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다른 주에 가면 ‘이걸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고는 한다.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를 둘러싸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살 수 있지만 메릴랜드주와 워싱턴 디씨는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팔지 않는다. 맥주든 위스키든 모든 술은 전문 매장인 리쿼 스토어(liquor store)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주는 맥주와 와인은 슈퍼마켓에서 팔지만 이밖의 독주(위스키, 보드카, 럼, 코냑, 소주 등)를 판매하는 가게가 따로 있다. 이 가게는 버지니아 주정부가 직접 운영한다. 메릴랜드주와 워싱턴 디씨의 리쿼 스토어는 허가를 받은 민간업자가 운영한다.
우리는 부가가치세가 있는데, 이것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미국은 판매세(Sales Tax)라는 게 있다. 이 판매세의 세율이 주마다 다르다. 판매세가 없는 주도 있다.
사족으로 우리나라 각도 명칭의 유래를 알아보자. 각 도의 이름은 당시 큰 도시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가져왔다. <충주>의 첫 글자 <충>을 가져오고 <청주>의 첫 글자 <청>을 가져와서 <충청>이라는 이름이 나오듯이 말이다. 옛날에는 큰 도시였지만 지금은 세가 많이 줄어든 도시도 보인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의 도시의 성쇠를 알 수 있다.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함경>도는 <함>흥과 <경>성,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 <황해>도는 <황>주와 <해>주. 다만 경기는 도시의 이름과 상관없다. '수도 <경(京)> 사방 500리 이내로 나라님께서 직접 관할하는 땅'이라는 뜻으로 <기(畿)>라는 이름이 붙어서 경기가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