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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말고 learn

미국 이민 선배가 미국 이민 후배에게 - 3

  친구가 미국 관광을 갔다 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찾아간 사람이 물어봤다.

“자네, 미국 관광 갔다 왔다면서?”

“그랬지.”

“그런데, 자네 영어 좀 하나?”

“아니지. 전혀 못해.”

“그럼 자네 미국에서 고생 좀 했겠군?”

“아냐, 난 고생 안 했어. 고생한 건 그쪽 사람들이지.”

물론 우스갯소리다.


  고생한 것은 한국에서 미국 간 관광객이 아니라 미국에서 한국 관광객을 맞이한 미국 사람. 관광객은 돈을 쓸 사람이니까 영어를 못해도 되지만, 미국 사람은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한국 관광객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러니 미국 사람이 더 고생이다. 


  그러나 이민으로 미국에 입국할 그대는 처지가 다르다. 관광객으로 미국에 입국할 것이 아니기에 의사소통을 위해 그대가 영어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이민자는 도착한 곳의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도 그랬다. 그대는 수년에 걸쳐 오랫동안 준비해왔으니까 나보다 낫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미국 땅에 도착한 지 5년쯤 되었을 때 일이다. 어떤 미국인에게 2톤짜리 트럭이라는 뜻의 <two ton truck>이라고 세 단어로 말을 했는데 그는 알아듣지 못했다. 여러 번 발음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ton>을 <tone>으로 들었을 수도 있겠다고 나중에 생각했다. 그렇게 들렸다면 그때 그 자리에 두 가지 색깔을 칠한 트럭(two tone truck)은 없었으니 그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대는 영어를 준비해왔겠지만 영어 공부는 미국에 도착한 후에도 이어진다. 그런데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는 영어를 study하는 것이 아니라 learn하는 것이다. learn의 첫 단계는 모방, 즉 따라 하기이다.


  영어단어 몇 개를 살펴보자.

happy / joyful / pleasant / delightful / cheerful / merry

모두 비슷한 말처럼 보인다.


  그런데 생일 축하할 때에는 Happy Birthday라고 한다. 절대로 Merry Birthday라고 하지 않는다. 성탄절에는 Merry Christmas라고 한다. Happy Christmas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고? 왜 그렇게만 말해야 하느냐고? 왜냐고 묻지 마시라.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말하면 된다. 

우리는 영어를 study하는 게 아니고 learn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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