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위적인 친절함이 주는 신호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는 법

by 채박사

미국에 온 후, 아이 학교 행사에서 만난 한 아버지가 있었다. 다른 부모들과는 달리 유독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엔 그저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매일 자원봉사를 한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공유하는 모습이 인상 깊기까지 했다.


그의 아이와 우리 아이가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태권도를 다닌다고 하니 자기네도 보내고 싶다며 추천을 부탁했고, 태권도 수업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작위적인 친절함

그는 나를 보며 이야기할 때 의식적으로 눈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무언가 계산된 느낌이랄까. 곱씹어보니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는 자기 이야기만 했다는 걸 깨달았다.

자기가 얼마나 봉사를 열심히 하는지, 자기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지(교수이자 학장이라고 했다), 자기 아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시종일관 자기 과시였다. 나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관심도 없었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안 좋은 경험이 있던 나는 그 순간 거의 확신했다. 이 사람은 나를 가스라이팅하려 한다고.


선의를 이용하는 사람들

그때부터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쉽게 거리두기를 어려워했다. 작은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선의로 라이드도 해주고 했는데, 그는 이걸 이용해 먹으려는 게 점점 명확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친해졌다고 (본인이) 생각했는지, 여느 나르시시스트들처럼 다른 사람 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내 대신 풀타임 주부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했다.

신기한 건, 자기 의식을 아내와 아들에게까지 확장해서 그들에 대한 과잉 칭찬을 늘어놓으며 다른 사람들에게서 칭송받기를 갈구한다는 점이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광경이었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거리 두기

다행히 다음 학기에는 그 가족이 다른 나라로 가서 학교를 떠난다고 한다. 그 뒤로 다시 돌아와 같은 학교로 오지 않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같은 반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르시시스트와 엮이면 정말 피곤하다. 그게 가족이라면 거의 피폐해지고, 친구라 해도 매우 소진된다. 점점 나를 갉아먹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나르시시스트를 처음부터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초반엔 친절하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자기와 친해졌다고 판단하는 순간, 본성을 드러낸다.


경험으로 얻은 통찰

여러 나르시시스트를 겪고 나니 어떤 사람이 나르인지 감이 온다. 사실 나르들은 이용해 먹기도 쉽다. 그들의 패턴은 예측 가능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도 뻔하다.

하지만 그들과 엮이면 매우 피곤하기에, 애초에 상종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는 몇 가지 신호:

일방적인 자기 과시: 대화의 초점이 항상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

작위적인 친절: 계산된 듯한, 너무 과한 친절함

타인에 대한 관심 부재: 상대방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친밀감의 착각: 일방적으로 친해졌다고 생각하고 경계를 넘는다

타인 비하: 친해졌다고 판단하면 다른 사람들 욕을 시작한다

이번 이슈가 빠르게 해결되고, 다시는 그런 사람들과 엮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길. 나르시시스트를 일찍 알아보고 거리를 두는 것,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사람을 대할 때 친절함과 경계심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 그것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야 할 생존 기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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