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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오스 이비 Oct 04. 2021

미숙아로 태어나는 아이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말이 새끼를 낳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어미 말이 서서 새끼 말을 낳는데, 새끼는 어미 몸 밖으로 빠져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나서 뛰는 것이었다.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분명 뛰고 있었다. 어미 말이 출산하는 과정에서 흘린 태반이나 피 냄새를 맡고 사자 등 천적들이 달려들 수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태어나자마자 뛴다고 것이다. 초원의 새끼 말뿐만 아니라 바닷가 해변 모래밭 새끼 거북이들도 알의 껍데기를 깨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바다를 향해 기기 시작한다. 수백 마리의 새끼 거북이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바다를 향해 기어간다. 천적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바다로 기어간다. 속도나 모습이 기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끼 거북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천적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뛰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동물들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스스로 걷고 뛰고 헤엄치는 등 그 어미와 비슷한 행동 등을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동물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종이 조류인데 대부분 조류들은 알에서 깨어나 일정 시간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미가 잡아다 준 먹이를 먹으며 자란다. 알에서 깨어나 스스로 걷거나 날지도 못하고 배고프면 입을 벌려 울면서 먹이를 달라고 한다. 더욱이 배설물 뒤처리도 어미가 하는 등 조류는 인간의 영유아 때와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미숙아로 태어나 오랜 기간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어미의 골반 크기와 관계가 있다. 


태아는 엄마 배 속에서 자라다가 엄마의 골반을 빠져나올 만큼 성장한 후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 세상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임신을 하게 되면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의 머리 크기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바로 자연분만이 가능한 태아의 머리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태아는 머리 둘레가 몸통의 둘레보다 더 크고 단단하기 때문에 산모들이 출산할 때 가장 고생하는 것이 바로 태아의 머리를 몸 밖으로 배출할 때이다. 


태아 입장에서는 안전한 엄마 배 속에 있으면서 좀 더 많은 지능을 배우고 싶어도 엄마의 신체적 한계 때문에 미숙한 상태로 태어날 수밖에 없다. 즉 태아는 엄마 배 속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인 각종 장기를 포함한 신체적인 요소만 성장시킨 채 태어난다. 따라서 갓 태어난 신생아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결국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성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이유는 인간의 높은 지능과 능력을 모두 성장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어미의 신체적 한계 때문이다. 이렇게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태아 때 성장시키지 못한 것들을 어미 몸 밖에서 배우고 성장시키는데 태어나서 대략 36개월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이 세상을 독립적으로 살아갈 만큼 성장하게 된다. 


즉 36개월이 지난 아이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대소변을 가릴 수 있고, 음식도 혼자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걸을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말(언어)로 타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적응을 하는데 대략 3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교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상을 부모 묘 옆에서 지낸다. 이는 부모가 저승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를 돌봐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즉 자식이 이승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로부터 받은 은혜를 저승에 가신 부모님께 되 갚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논어 양화편(陽貨篇) “子生三年然後(자생삼년연후), 免於父母之懷(면어부모지회), 夫三年之喪(부삼년지상), 天下之通喪也(천하지통상야)”) 


하지만 기대와 달리 또래보다 발육이 늦은 아이들이 있다. 키나 몸무게 등 신체 발육뿐만 아니라 기는 것이나 걷는 것 등 행동 발육이 늦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나 행동 발육이 늦는 아이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또래보다 잘하는 행동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앉거나 걷는 것은 또래보다 늦게 하더라도 기저귀는 또래보다 빨리 떼는 경우가 있다. 즉 모든 행동이나 발육이 또래보다 모두 다 늦는 아이는 없다. 


어떤 행동이든 또래보다 성장 발육이 늦는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피했으면 하는 원인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갓 태어난 신생아는 반드시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선천성 대사이상(先天性代謝異常)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 효소가 없어 우유나 음식의 대사산물이 뇌나 신체에 유독 작용을 일으켜 대뇌·간·콩팥·안구 등의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신생아 시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생후 6개월부터 여러 증상이 생기기 시작해 증상이 나타난 시기부터 치료를 한다 하더라도 이미 손상받은 뇌세포는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지능이 낮은 정신지체아로 살아갈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조기 발견하여 치료를 하면 충분히 비장애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 방법은 생후 48시간 이후 7일 이내의 신생아에게 젖을 충분히 섭취시키고 2시간이 지난 후 발뒤꿈치에서 채혈로 1차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면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는 경우라도 생후 7일 이내에 반드시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를 받기 바란다.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 이외에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할 검사는 아마도 청력과 시력 검사일 것이다. 더욱이 소리는 언어 발달이나 아이의 지능 발달 등 사회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생아가 선천성 난청인지 여부를 조기에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특별한 이상 증후가 없어도 청력 검사는 생후 6개월 이전에 반드시 받기 바란다. 청력과 함께 학습 활동 및 사회생활을 위해 중요한 시력의 경우는 엄마 뱃속에서 완성되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후 일정기간(태어나서 대략 7~8년) 동안 지속 발달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여러 원인으로 발달을 하지 않는다면 시력 장애를 가질 수 있으니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조기 검사가 필요하다.


신생아는 항체가 포함된 엄마의 혈액을 물려받고 태어나지만 지속적으로 스스로 혈액을 만들어 생후 6개월 정도 지나면 엄마의 혈액보다는 아이 자신의 혈액 비중이 훨씬 많아진다. 따라서 출생 일수에 맞는 예방 접종이 필요하며, 예방 접종받을 때 아이의 발육 상태도 함께 점검받으면 설사 장애가 있더라도 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는 아이의 평소 활동이나 아이의 반응을 잘 관찰해서 예방 접종받을 때 의사 선생님에게 아이의 행동이나 반응을 문의해서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가 언어로 의사 표현을 하기 전까지는 부모가 아이의 반응을 잘 관찰해서 전문가에게 점검받는 것이 아이의 장애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니, 이 시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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