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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오스 이비 Oct 12. 2021

미디어 시청

식당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대부분은 부모가 아이를 먼저 먹인 후 부모가 식사를 하려는데 배부른 아이는 아무것도 할 것 없는 식당의 좁은 식탁에서 몇 분 못 버티고 답답하다며, 심심하다며 칭얼거리는 통에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여 주고 식사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부모들이 식사하는데 조용히 앉아서 기다린다는 것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매우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혼자 볼 때 집안일 등을 하기 위해 아이에게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를 시청시키는 부모가 있다. 물론 이 이외에도 교육 목적 등 매우 다양한 이유로 부모는 아이에게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등 동영상을 보게 한다. 이처럼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각종 미디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2016년 10월 미국소아과학회(AAP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다음과 같이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을 권고했다. 


미국소아과학회의 주요 권고 사항

18개월 미만의 어린이는 비디오 채팅(영상 통화) 이외의 목적으로 스크린 미디어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디지털 미디어를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18 ~ 24 개월 아동의 부모는 수준 높은 방송을 선택하고 아이와 함께 시청하여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십시오.

2 ~ 5세의 어린이는 수준 높은 방송을 하루 1 시간 이내로 제한하십시오. 부모는 아이와 미디어를 함께 보고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주변 세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6세 이상 어린이의 경우 미디어 사용 시간과 미디어 유형을 일관되게 제한하고 미디어가 적절한 수면, 신체 활동 및 건강에 필수적인 기타 행동을 대신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저녁 식사 또는 운전과 같이 미디어가 없는 시간을 함께 지정하고 침실과 같이 집에 미디어가 없는 위치를 지정하십시오.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을 포함하여 온라인 시민권 및 안전에 관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십시오. 


그리고 미국소아과학회는 이러한 미디어를 가정 내에서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Family Media Plan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 왜 미국소아과학회는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일까?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University de Montréal) 심리 교육 대학원의 린다 파가니(Linda Pagani) 교수 팀의 연구 결과를 다룬 Medical News Today의 기사에 따르면 미디어 시청은 주로 가만히 앉아서 하기 때문에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도전적인 활동을 싫어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아이일수록 비만이나 도전정신 결여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미디어는 매우 재미있고 강한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번 미디어를 시청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TV 등을 통해 케이블 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등 각종 스트림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미디어 시청이 가능한 요즘 같은 환경에서 스스로 미디어 시청을 중단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어린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과도한 미디어 시청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에 걸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에는 매우 많은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단칼에 끊을 수 없는 미디어만의 장점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직접 보지 못했거나 경험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거나 율동이나 운동 자세 그리고 요리 등 동작이 필요한 활동을 전문가들의 시범을 통해 비교적 정확히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인터넷에는 매우 방대한 자료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방대한 자료를 잘 활용하면 다양한 지식들을 거의 무료 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습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견문을 넓힐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호기심 자극이나 교육 목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한다.  


특히 요즘 궁금한 것은 유튜브에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고 할 만큼 과거에는 방송사나 언론사 등 기업이나 기관 중심으로 생산되던 동영상 콘텐츠들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개인들이 직접 개발해서 제작한 동영상들을 직접 유포하고 있어 보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미디어에는 많은 장점과 단점들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는 미디어의 노예가 아닌 미디어를 잘 활용할 줄 아는 독립 객체로 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미디어와 미디어 시청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소아과학회의 권고 사항을 다시 살펴보면 생후 18개월까지는 가급적 미디어에 노출시키지 말아야 하며, 만 5세까지는 조금씩 노출 시간을 늘리되 최대 하루 1시간 미만으로 해야 하며, 부모와 같이 시청해야 한다. 그리고 만 6세 이후에는 미디어 시청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현실 세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 왜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모든 연령대가 아닌 단계별로 미디어 시청 시간을 제한하는 것일까?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각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뇌의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특히 갓 태어난 아이의 시력은 물체의 존재나 윤곽 정도만 구분할 수 있는 거의 장님 수준이며 뇌의 크기 또한 매우 작고 덜 발달된 상태로 태어난다. 아마도 인간은 태아 시절에는 눈을 통해 뇌를 발달할 환경이 아니어서 굳이 시력을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본격적으로 눈을 통해 학습을 해야 하고 또 독립적인 생활도 해야 하기 때문에 눈뿐만 아니라 눈과 관련된 뇌 기능을 다른 장기에 비해 더 빠르게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력이 다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잦은 미디어 노출은 신체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미디어를 주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 같은 액정화면(디스플레이)을 통해서 시청한다. 


액정화면은 장치마다 각기 다른 크기와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해상도는 화질이라고도 하는데 액정화면에 얼마나 많은 점(화소 pixel)을 포함하는지를 DPI(Dots per inch)나 PPI(Pixel per inch)로 표기한다. 해상도가 높을수록 액정화면에 많은 점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같은 해상도라도 액정화면의 크기가 작으면 점의 개수는 같아도 점의 크기가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개별 전구들처럼 각각의 점 별로 색깔이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액정화면은 해상도만큼의 매우 작은 전구들을 가지고 있는 샘이다. 그래서 해상도가 높을수록 많은 점 들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과 색깔들이 눈을 더 자극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상도로 동일한 콘텐츠를 시청한다 하더라도 아이의 뇌는 크기가 작고, 관련 처리 기능들도 덜 발달되었기 때문에 많은 점들로 표현하는 각종 이미지나 동영상들을 눈으로 받아들여 뇌에서 처리하는데 성인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디어를 시청하는 동안에 아이들은 성인들보다 뇌에 더 많은 부하가 걸리게 되고, 아이들은 미디어의 빠른 처리를 위해 관련 기능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정작 필요한 다른 기능들은 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미디어 시청은 주로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이어서 그만큼 활동에 필요한 신체 발달 역시 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소아과학회에서 발표한 권고안을 잘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디어 시청에 있어서 사용 시간과 유형을 일관되게 제한해야 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시청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아이들마다 성장 속도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매우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미디어 시청 시간을 정해야 할까? 아이의 성향이나 시청하는 미디어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시간 미디어를 시청하는 아이들은 평소와 다르게 미디어 시청이 끝난 직후 아이의 말이나 행동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아이의 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부하를 받았다는 증거로 공격적인 성향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미디어 시청을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아이가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긴 상영시간을 가진 미디어를 시청해야 한다면 중간에 뇌가 정상적으로 돌아올(회복할)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 번에 최대 20분간 미디어 시청이 가능한 아이에게 60분짜리 미디어를 보여 주어야 할 경우 20분 시청 후 뇌를 회복할 시간을 가진 후 다시 20분 시청하는 식으로 시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뇌 회복시간 역시 아이의 성향이나 시청하는 미디어 콘텐츠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30분 정도는 필요하다. 


미디어 시청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미디어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보더라도 아이들이 더 미디어에 집착한다. 부모가 강제적으로 못 보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은 미디어를 지금 당장 중단할 만큼 중요하거나 급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라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텐데, 그것은 전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그 사람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공부를 안 하고 미디어를 시청한다고 아이 인생에서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에 진학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유치원생들이나 초등학생들에게 대학교 진학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 지금 당장 아이들의 생활에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미디어를 많이 시청한 아이들은 미디어를 시청하는 습관이 몸에 배서 더더욱 미디어에 중독되고 미디어의 노예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비단 아이들 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부모들도 한참 잘 보고 있는 미디어 시청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은 미디어 시청보다 더 급하거나 더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또는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 미련 없이 미디어 시청을 중단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이가 스스로 미디어 사용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급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보다는 아이 인생의 방향성을 수립해서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며 독립 객체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디어 이외에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많은 유혹들이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많은 유혹의 손길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명확히 수립해서 달성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렇게 노력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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