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동십훈
“도리도리.”
“짝짝꿍!”
“잼잼!”
갓난아이를 볼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과 행동들이다. 정식으로 배운 적 없는 이 말과 행동들을 아이를 볼 때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말과 행동이 단군왕검 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육아법으로... 누군가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단동십훈(檀童十訓). 바로 그것이다.
단동십훈은 단군왕검 시대, 왕족의 육아 교육법으로 만들어진 10가지 율동을 통한 가르침이다. 단동십훈 중 일부를 소개한다.
제3훈: 도리도리(道理道理)
머리를 좌우로 돌리게 하면서 아이에게 가르치는 십훈 중 최초의 교과목이다. 자라면서 천지만물이 무궁한 하늘의 도리로 생겼듯이 너도 이런 도리로 태어났음을 잊지 말라는 자연의 섭리를 가르치는 도교육이다.
제4훈: 지암지암(持闇持闇)
두 손을 폈다 쥐었다 하는 동작과 함께 엄마는 “지암지암(잼잼)” 하며 손놀림을 가르친다. 현묘한 도란 쉬이 깨칠 수 없다. 두고두고 살아가며 알게 된다. ‘암(闇)’은 어둡고 혼미스럽다는 뜻이다. ‘지암’은 세상의 혼미한 것을 가려서 파악하라는 의미다. 외래사상의 전개에 대한 경고로 풀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제5훈: 곤지곤지(坤地坤地)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왼손바닥을 펴게 한 다음 오른손 검지로 왼손 바닥을 찧게 하며 엄마는 ‘곤지곤지’한다. ‘십(十)’이라는 글자의 모양새는 음(一)을 양(ㅣ)이 관통하는 모습이다. 음양조화의 상징이다. 이것을 알면 땅의 이치(坤地道)도 깨닫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7혼: 업비업비(業非業非)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할 때 약간 겁주는 말이 ‘업비’다. 무서움을 가르치는 말이기도 하다. 올바른 도에 맞지 않는 생활은 정업(正業)이 아니다. 접화군생(接化群生)이어야 한다. 이런 일에 접하는 모든 것을 살리는 것이 올바른 업이라는 말이다.
제9훈: 작작궁 작작궁(作作弓 作作弓)
머리 운동을 하는 교육이 끝나면 손바닥으로 손뼉을 치며 노래를 배운다. 천지좌우와 태극을 맞부딪쳐서 흥을 돋우며 궁(弓:태극)의 이치를 알았으니 이제는 손으로 궁(弓)을 만들어 보고 그 이치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사람으로 와서 신(神)으로 가는 이치(弓)를 알았으니 그 기쁨, 손뼉을 치며 기쁘게 노래하며 춤추자는 의미가 들어있다.
<주간경향 "[국학이야기]단동십훈과 전통육아교육" 중에서...>
단동십훈 내용을 보면 유독 손을 자극하는 동작들이 많이 나온다.
왜 우리 조상들은 아이의 신체 중에 유독 손을 많이 자극하려 했을까? 그것은 손이 신체의 모든 장기와 깊은 연관이 있고, 손으로 하는 기본 동작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작을 알려주면 아이가 쉽게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신체 장기간들 간의 연관성을 이용하여 우리 몸의 약한 부분을 강화하고 아픈 곳을 치료하고 있다.
간단하게 내가 아는 범위에서 설명하면... 우리 몸 안에 여러 개의 ‘기’가 흐르고 있다. 각각의 ‘기’는 특정 경로(경락)를 통해 여러 장기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특정 장기에 이상이 생기면 그 장기와 연결된 다른 장기들도 같이 이상이 생기거나 이상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와 연결되어 신체 바깥 부분에 위치하는 곳을 ‘혈’이라고 하는데, 이상이 생긴 장기와 연결된 혈에 침이나 뜸으로 자극을 주어 이상이 생긴 장기를 치료하는 방법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침구치료이다.
민간요법에서도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응급치료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위 ‘체’했을 때 손을 따야 제대로 체기가 가신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지금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 몸 전체에는 혈 자리가 360여 개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손에는 우리 몸의 주요 장기와 연결된 혈 자리가 많아 우리 선조들이 손 자극을 육아법에 활용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손뿐만 아니라 발과 귀에도 주요 장기와 연결된 혈 자리가 많으므로 틈틈이 자극을 주다 보면 아이의 신체 발달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손은 놀이나 생활 등으로 아이 스스로 자극을 줄 수 있으나, 발은 아이가 걷기 전까지는 자극을 줄 수 없다. 더욱이 귀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 한 자극을 줄 수 없다. 따라서 부모가 틈틈이 아이의 손이나 발, 그리고 귀를 꾸준히 자극 주는 것이 아이의 신체 발달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미숙아로 태어나는 아이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인간은 어미의 신체적 한계 때문에 미숙아로 태어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 틈틈이 자극을 줬다. 그렇다고 혈 자리를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그냥 손, 발, 귀 전체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눌러주고 문질러 주었다.
가끔 아이가 특정 부위가 아프다거나 간지럽다는 반응을 보일 때가 있었다. 나는 그 부위에 해당하는 장기가 이상이 있다거나 다른 장기에 비해 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부위를 다른 부위보다 더 자주 자극을 주었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 모두 응급실이나 병원 신세를 지긴 했지만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
추가로 아이의 발바닥을 자극할 때 볼 수도 있는데, 손가락이나 가느다란 막대기로 아이의 발바닥 뒤쪽에서 앞쪽으로 문질러 줄 때 발바닥이 펴지는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이는 ‘바빈스키 반사’(Babinski reflex)로 신생아는 아직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가 통합되기 전이라 발바닥이 간지러울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자 일시적인 현상이다. 보통 돌 즈음에 말초신경계와 중추신경계가 통합되어, 통합된 이후 발바닥에 동일한 자극을 주게 되면 성인처럼 발바닥을 오므리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만약 생후 12개월이 지나도 ‘바빈스키 반사’의 반응을 계속 보인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신생아들에게서 여러 행동 반응들을 볼 수 있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은 모유를 찾기 위한 ‘젖 찾기 반사’(rooting reflex)나 ‘빨기 반사’(sucking reflex), 그리고 자기 손안에 들어온 것을 꼭 쥐는 ‘쥐기 반사’(grasping reflex) 등 신생아들은 출생부터 생후 12개월 길게는 24개월까지 성인과 다른 다양한 행동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 아이에서 특이한 행동이 보인다고 너무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기 바란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잘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또래와 다른 행동이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