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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오스 이비 Nov 28. 2022

내 침대에 피가...

퇴근 후 내 침대에 묻어 있는 피를 발견했다.


다른 애들과 달리 까순이는 내 침대가 편하다고 내가 없는 동안 내 침대에서 공부를 하곤 했다. 그런 까순이가 내 침대에 피를 묻혔다. 생리 양이 많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생리하는지도 몰라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굵은 피 한 방울이 침대 커버에 진하게 묻어 있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까순이를 불렀다.


"까순아 너 이리 와 봐!"

"아니, 왜 또?"

"빨리 와!"

"아이참..."


투덜거리며 까순이는 내 방으로 왔다.


"야, 너의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했잖아!"

"!?"

"묻혔으면 빨아야지?"

"뭐?"

"저거!"


나는 침대 커버에 묻어 있는 피를 가리켰다.


"내가 안 했어!"

"야! 웃기지 마. 너밖에 없어!"

"아니! 애들이 할 수도 있잖아? 사인펜 일 수도 있어!"

"아니! 사인펜 아니야. 피야. 잔소리하지 말고 빨아!"


"아니 뭐 때문에 그러는데?"

시끄러운지 아내가 와서 물었다.

"저거 봐!"

"에이고, 그냥 모르게 처리하지, 애 창피하게... 아빠가 그런 것도 몰라... 쯔쯔쯔..."

아내는 그냥 조용히 처리하지 않고 이슈를 만든 나를 타박했다.


'조용히 넘어가야 했을까?'

'정말, 경솔했나?'


...


아니, 나는 내 행동이 경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말 잘 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


여자가 생리하는 것이 창피한 일인가?

아니면 수치스러운 일인가?


과거 남성우월주의에서는 생리하는 여자들을 비웃거나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했다. 

뭐, 불과 몇 년 전에도 트럼프가 비슷한 발언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리는 대변이나 소변, 트림, 방귀 같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 중 하나다.

그래서 여자 스스로도 생리하는 것을 억지로 숨기거나 몰래 해야 하는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자랑할 일도 분명 아니다.

다만, 그 뒤처리는 제대로 해야 한다. 깔끔하게. 티 안 나게.

그래야 남자들이 모른 척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까순이에게 뒤처리를 깔끔히 하라고 가족들 앞에서 창피를 준 것이다.


각자 생각은 다르겠지만...

나는 중학생 아이가 이불에 똥이나 오줌을 싸면 

아이가 직접 손빨래를 해서 세탁기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https://brunch.co.kr/@kka5se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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