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가 너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요일 아침 김포 공항.
나는 출발 한 시간 전쯤 게이트 앞 맨 앞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어? 왜 떨어졌지!"
내 바로 앞 두세 걸음 앞에서 여섯일곱 먹은 아이가 손에 있던 사탕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꼬깔콘 모양으로 생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사탕을 아이가 걸어 다니다 떨어뜨린 모양이다.
떨어지면서 용기 뚜껑은 떨어져 나갔고 용기 안에 있던 사탕이 바닥에 여기저기 널브러졌다.
"어? 왜 떨어졌지!"
아이는 다시 한번 더 말하고 엄마를 찾았다. 그리고 얼마 안 남은 사탕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줍고는 엄마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바닥에 용기에서 떨어져 나온 사탕들을 남겨둔 채.
'아직은 어려서 스스로 못 치우나 보네.'
'에이고 또 엄마가 치우겠네.'
자연스럽게 나는 아이와 그의 엄마가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아이 엄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
물론 내가 조금 떨어져 있어서 정확한 상황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황스러웠다.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때 손에 들고 있던 사탕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을 바닥에 쏟은 적이 있었다.
길바닥에서, 음식점에서, 또 백화점 등등에서.
그럴 때마다 나와 아내는 휴지로 닦고 치우고 했다. 아이가 조금 컸을 때는 아이 보고 직접 치우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또 그게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대부분 아이가 바닥에 쏟은 음식들은 아이가 되었건 부모가 되었건 치웠다.
이번처럼 나 몰라라 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것도 깨끗이 청소된 바닥에.
공항이니 누군가는 분명 치울 것이다. 언젠가는. 하지만 그 사이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 부모는 무슨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을까?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일은 자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 부모 밑에서 그렇게 자란 아이는 또 무엇을 배울까...
에휴...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나를 포함해 아무도 치우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어쩌면 나도 그 부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야!'라는...
게다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어느 누구 하나 아이와 아이 부모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잘못을 해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사회인가.'
'아니면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관심조차 없는 또 관심 갖기 부담스러운 사회인가.'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너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후나 오타니처럼 복을 받기 위해서라도 내가 치웠어야 했나?'
'만약 내가 치웠다면 그 부모는 어떻게 했을까?'
'또 주변 사람들은...'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https://www.hankyung.com/sports/article/202205249202Y
https://sports.news.nate.com/view/20210715n32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