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이야기 .4

대신 여행을 선택한 남자

by 유경

모 부장이 사고를 친 바람에, 벌써 사흘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내일은 아내가 여행을 가는 날이라, 내가 딸을 돌봐주기로 했는데…
이 모양이라면 또 처가에 아이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아이를 처가에 보내면서까지 여행을 가고 싶은 걸까?

야속한 감정이 올라온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혼하지 않는 조건에 여행이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전적으로 아내가 오해한 거였다.
하지만 일에 치이고 치여 공황장애까지 온 나는 그 오해를 풀어줄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돈을 벌어다 주는데,
이해해주기는커녕 우연히 일어난 일을 쥐 잡듯이 물고 늘어지며 이혼을 입에 올리는 아내가 미웠다.

그래서, 나는 사악하게도 오해를 풀어주는 대신, 아내에게 지옥을 선물했다.


아내는 나를 의심하면서 점점 날카로워졌고,
급기야 다시 이혼을 요구했다.


“이혼을 안 해줄 거면, 내가 원할 때마다 주저 없이, 묻지도 말고 여행을 보내 줘.”


아내는 그렇게 거래를 제안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아이 앞에서 싸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눈치로 모든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잘 웃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웃지 않게 되었다.
대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게 안쓰러웠다.

그래서 나는 이혼 대신 여행을 선택했다.

그래도 아내가 그렇게까지 이기적인 줄 몰랐고,
아이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자주 여행을 떠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아내의 행보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주는 생활비의 일부를 모아 주식 투자도 하고,
간간히 쓰는 블로그 여행기로 돈을 벌더니,
짧게는 3주에 한 번, 길게는 두 달에 한 번씩 여행을 다녔다.


해외에 가기도 하고, 지방으로 가기도 하더니
요즘은 유독 제주도를 자주 오갔다.

아이가 미취학 때 6개월 살이까지 했으니,
마음껏 여행했다고 생각했는데,
제주가 많이 변했다면서 또 가겠다고 했다.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내일도 제주로 간다고 했던가.
아니, 도쿄였나?


아, 그런데 모 부장 이 새끼는.

입만 살아서는 책임지겠다 큰소리치더니,
일만 벌여놓고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일단 마무리 짓고 나면, 문책성 징계위원회를 요청해야지.

그나저나 양말은 잘 있나.

아직도 베란다에 널려 있겠지.
궁금하지만, 아내에게 물어보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 그냥 넘겼는데…
차라리 물어볼 걸 그랬나.


엇, 모 부장 이 새끼 진짜… 하…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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