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징역 100년씩 선고 못하나요?]

by 김까마

요즘 뉴스를 보면 살인, 강간 등 여러 끔찍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런 끔찍한 범죄자들에게 엄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랍니다.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 년간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하기를 바라죠.


해외의 흉악 범죄자들에 대한 판결을 보면 징역 70년, 120년 등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형이 선고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엄히 처벌한다 해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제외하면 징역 10년, 20년 정도 수준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사형 선고는 아직 가능하지만 1997년 이후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유기징역의 상한이 30년이고, 아무리 형을 가중하여도 선고할 수 있는 유기징역의 상한은 징역 50년입니다.

물론, 이것도 이론상 가능한 것이지 실제 징역 50년이 선고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인죄에 대하여 법정 형으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도 무한대로 징역을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형을 선고할 때 법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표를 참고하게 됩니다.

어떤 판사는 징역 10년이 매우 중한 처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판사는 징역 10년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관례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나름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한 것이죠.


예컨대, 살인죄의 경우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중 일부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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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판사가 양형기준표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본인의 소신이 있다면 양형기준표에 따르지 않고 살인죄에 징역 50년을 선고하면서, 그렇게 선고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고 판결문에 기재를 하면 되죠.


그런데, 재판은 1심, 2심, 3심이 있기 때문에 설사 하급심에서 이례적인 판결이 나오더라도 상급심에서 다시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고, 각 심급에서도 합의부 사건의 경우 3명의 판사님들이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양형기준표를 무시하고 판결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유기징역의 상한은 30년(가중해도 최대 50년)이고, 유기징역을 선고할 때도 사실상 양형기준표에 따르기 마련이므로, 징역 100년씩 선고를 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여러 흉악 범죄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거나, 사실상 폐지된 사형제를 대신하여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해야 한다거나, 유기징역의 상한을 없애야 한다는 등 엄벌주의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양형 체계가 올바른 것인지,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는 없는지, 범죄자를 엄히 벌하는 것 만이 범죄를 줄이고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것인지, 그것에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하여 시민들과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신중히 들어보아야 할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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