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
남매인 갑돌이와 갑순이는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냈습니다.
아빠는 일찍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남매를 보육원에 맡겨놓은 채 도망갔죠.
둘만 남은 갑돌이와 갑순이는 서로 도우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갑순이는 밤낮없이 일을 하며 사업을 한 끝에 큰돈을 벌 수 있었고, 이제 좀 여유 있는 생활을 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순이가 갑자기 쓰러졌고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슬픔도 잠시, 어떻게 알았는지 50년 만에 나타난 엄마가 갑순이의 재산은 자기 것이라며, 모든 재산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갑돌이는 자신들을 매정하게 버리고 떠나간 엄마가 갑자기 50년 만에 나타나 갑순이의 재산을 모두 가져간다는 말에 울분이 치솟습니다.
정말 엄마가 갑순이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을 수 있는 것일까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끊을 수 없는 천륜이라는 말을 하는데, 법적으로도 혈연인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끊을 수 없는 것이 맞습니다.
예전에 자식이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가 호적을 파버린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법적으로 보면 불가능한 것이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면, 부모로서의 상속받을 권리도 50년이 지났든 100년이 지났든 여전히 존재합니다.
물론,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상속결격자가 되어 자녀에 대한 상속인이 될 수 없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고, 사안과 같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이유는 상속인이 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갑순이가 배우자나 자녀 없이 사망하였다면 갑순이의 재산은 엄마가 전부 상속하게 되며, 아무리 엄마가 자녀를 버렸다거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해도 엄마가 상속을 받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참 억울한 상황입니다.
어린 시절 무책임하게 자녀들을 버리고 수십 년간 모른 채 하다가 자녀가 죽어서야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나타난 엄마에게 재산을 다 줘야 한다니..
법원도 이러한 인식이 있었던지, 최근 유사한 사례에서 재판 진행 도중 화해권고결정을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화해권고결정은 법적인 판결이 아니라,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이렇게 화해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아무래도 법적으로만 따지면 엄마가 재산을 다 가져가게 되는 상황이니, 조금만 가져가고 마무리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한 것이죠.
그런데, 엄마는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하며, 법적으로 판단을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법으로 따지면 다 가져갈 수 있으니 결국 한 푼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소위 구하라법은 이러한 경우에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즉, 부모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상속권을 상실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인데,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는 아니하였고 계속 논의 중에 있는 상황입니다.
소위 구하라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참 안타깝습니다. 천륜이라고 하는 부모 자녀 관계에서 서로 가 책임을 다 하며 자신의 도리를 다 한다면 굳이 법적으로 이를 규율해야 할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죠.
우리들은 법으로 규율을 하는지와 관계없이,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도리를 다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