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책상의 오늘

책상이라는 하루, 유경의 책상

by 김유경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만큼 책상에 앉아 있는 일을 좋아한다.

책상은 그 사람의 취향과 습관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그날의 기분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의 요즘은 널려있는 병렬 도서라고 말하는 밀린 책들이 놓여있다.

평생 떠도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대바늘 뜨개편물.

잘 쓰지 않을 것 같지만 올려둔 형형색색의 실들.

2025년과 2026년 사이를 달리는 일기장들과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꺼낸 일기장이 함께 놓여있다.


변하지 않는 물건도 놓여있다.

그림을 위한 도구들과 검은색만 모여 있는 펜.

연필들만 모여있는 도자기 선생님과 함께 만든 까마귀 컵.

언제나 일기장을 꾸밀 수 있는 테이프들.

선물 받은 감사한 모양들.

뜨개질 매트 위에 놓여 있는 자주 쓰는 도구들.

심신안정을 위한 막내 개의 사진과, 스누피 인형.


책상 위의 물건은 변하지 않는 취향과 현재를 보여준다.

그 기록을 남겨도 즐거운 한 권의 책이 완성될 것 같다.


아, 변하지 않는 책상과 유동적인 책상도 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면 가방이 책상이 될지도 모른다.

일을 하는 다른 공간도 또 다른 책상이 된다.


우리는 책상이 없어도,

무언가를 할 수 있고, 기록하고, 상상할 수 있다면

책상을 만들 수 있다. 상상하자 나만의 책상을!


이 글자를 읽고 넘기는 사람들의 책상은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다.

오늘의 책상은, 어떤 모양이고, 애정하는 물건들을 가까이하는지 질문하고 싶다.


오늘 나의 책상은 문어모양의 괄사가 나를 째려보고 있다.

2025년 일기장이 나를 완성할 준비는 되어있는지 물어본다.

동생이 선물해 준 강릉의 드립백도 보인다.

콘서트를 함께 다녀온 친구가 건네준 애정 어린 휴족시간도 보인다.

또, 읽겠다고 다짐한 작은 책과

전기가오리의 <설명 원고 읽고 가세요>가 지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보이는 물건들에서 애정이 보이고, 무심함도 보인다.


책상을 닦아야겠다.

무심함도 쓰다듬는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