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상

by 까막


편의점에서 담배 피우고, 일하고, 담배 피우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다. 새들-대부분 비둘기-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나 슬그머니 나타나서 하늘을 날아다닌다.


훨훨- 하고.


친구들은 훨훨 날다가 우아하게 전선 위에 앉는데, 나는 그 모습이 예전부터 불안했다. 저러다 전기라도 통하면 어떡하려고 저러나- 걱정해 보지만, 알려줄 수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전선 위에 착지하는 그 친구들을 걱정하다 점내로 들어왔다. 곧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봉투묶음을 들고 계산대로 왔다. 순간 빠직-


편의점의 모든 전원이 꺼졌다.


밖은 새벽인데 안은 다시 밤으로 돌아간 듯했다. 5초 뒤 전원이 돌아오고 나서도 나와 손님은 감전된 듯 말이 없었다.


계산을 마치고 밖을 나가보니 길바닥에 까마귀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조류가 누워 쉰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 저것은 필히 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 싶어 가까이 가보았다.




죽어있었다.


왜 이 녀석만 이렇게 되었을까. 전선을 올려다보니 그 많던 비둘기들은 어디로 사라져 있었다. 치사하긴, 장례라도 치러주지.


다시 시선을 까마귀로 돌렸다. 묻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이 근처엔 산이 없다. 속상한 마음으로 멀찍이 떨어져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까마귀 반경 1m 안으로 들어가려 하질 않았다. 그래서 길가에 조그마한 원이 생겼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저만큼 조심했다면 우리나라는 청정 공화국이 될 텐데-라고 생각했다.


아침이 되자 손님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까마귀 생각은 정전되었다. 교대를 하고 문 밖을 나서자 이미 까마귀는 사라져 있었다. 누가 모신 것일까. 어떻게 되는 것일까.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음에 물음표를 넣어두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만약 이곳이 도시가 아니라 야생이라면 어땠을까? 방금처럼 전기에 타 죽는 일은 없었겠지? 그렇지만 결국 잡아먹히든, 다치든, 나이가 들든 죽겠지?


어차피 죽는다면 이렇게 가는 것도- 싶은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1. 까마귀는 우리에게서 잠시나마 빛을 앗아갔다.

2. 전선 위의 비둘기들 시선 :>

:> 인간들이 까마귀씨의 주변을 원을 그리며 걷고 있군. 저것은 장례의식이 분명하다!

(3초 뒤)

:> 인간들이 까마귀씨의 주변을 원을 그리며 걷고 있군. 저것은 장례의식이 분명하다!

(3초 뒤)

:> (이하생략)


내가 그러기는 쉽지 않다. 기껏해야 우는 소리나 듣겠지.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호상이네.




대수롭지 않은 일을 심각하게,

심각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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