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무뚝뚝하다.
아버지는 수다스럽다.
아버지는 엄격하다.
아버지는 유머러스하다.
아버지는 내가 게임하는 것을 싫어했다.
집에는 슈퍼 패미콤 게임기가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른다. 내가 사달라고 한 적도 없다. 언젠가부터 있었고, 어느샌가 없어져있었다.
있었던 동안 난 가끔씩 슈퍼 패미콤을 켜 슈퍼마리오를 했다. 돈킹콩을 했다.
컴퓨터가 더 진화하자 슈퍼 패미콤에는 먼지가 쌓였다. 그러다 사라졌다. 그러다 서른이 넘은 내 기억 속에서 다시 생겨났다.
왜 슈퍼 패미콤이 있었지?
치킨 값이라도 벌어야지 하시며 주말에도 일 나가시던 아버지. 아침 일찍 출근해서 퇴근하시면 저녁 먹고 거실에 잠깐 앉았다 자러 가시던 아버지. 무슨 재미로 사실까. 사셨을까. 살아가실까.
슈퍼 패미콤이 있잖아.
아버지께서 슈퍼 패미콤을 하시는 뒷모습을 떠올렸다. 난 아마 방에서 이불을 걷어찬 채로 자고 있었겠지. 얼굴이 떠오르진 않는다. 웃고 계셨을까. 아니면.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다.
삶이 낙이 없다.
왜요.
손주를 못 봐가.
하하하. 아직 때가 아닙니다요. 제가 전화 자주 드릴게요.
이렇게 안부 전화를 드리면 전화 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신다. 고마우실 일인가. 그럼 나는 얼마나 더.
.
.
.
슈퍼 패미콤은 이제 없다.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겠다. 슈퍼마리오는 코인이 없으면 안 되니까. 아버진 나의 슈퍼히어로, 나의 슈퍼마리오이시니까.
대수롭지 않은 일을 심각하게,
심각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씁니다.
가볍게 구독해주시면 저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