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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햄찌 Mar 28. 2019

다 된 공모사업에 꼰대 심사위원 뿌리기

브랜드 이미지를 신경 쓴다면 심사위원 관리는 필수다

# 심사위원

우열이나 합격 여부 따위를 가리기 위해 자세히 조사하고 살피는 일을 맡은 사람[“심사위원”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공모사업 심사단계 중 최종절차 할 수 있는 대면·발표심사.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심사장 앞. 복도에는 정적이 흘렀다. 


다음 발표자를 대기시켜 놓은 채 전 발표자가 심사장에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했다. 22분. 심사는 당초 계획했던 시간보다 길어졌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심사장 안에서 뭔가 일이 벌이지고 있는 것. 심사장 문이 열리고 전 발표자가 나왔다. 잔뜩 상기돼 있는 그의 표정에서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왜 좋지 못한 육감은 매번 맞아 떨어지는 걸까. 그가 내게 물었다.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는 심사위원, 도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공모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종종 겪는 일이다. 


공모사업은 공개적으로 지원대상을 모집하는 사업이다. 홍보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지만 그 만큼 신경 쓸 일도 많다. 우선 공모사업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담긴 공고문을 작성한다. 누구나 의문을 갖거나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단어 선정에 신경을 쓴다. 그 다음은 홍보물을 제작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문구와 디자인, 그리고 효율적인 배포 전략을 고민한다. 공고문과 홍보물의 완성도가 높든 그렇지 않든 공모기간이 시작되면 문의전화는 쏟아진다. 문의전화에 목이 쉬어가다 보면 책상에는 지원서들이 쌓여간다. 공모기간이 종료되면 실무자는 지원서를 검토한다. 서류와 씨름 하거나 현장을 방문해가며 최종심의 대상을 선별한다. 




심사위원 만큼 지원대상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역할도 없다. 이 같이 시간과 인력을 투자해 공 들인 사업도 심사위원 몇 마디에 어그러진다. 입소문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 지자체와 진행했던 사업은 심사기업의 거센 항의로 심의위원이 교체되기도 했다. 후원사, 주관사 등을 대대적으로 앞세운 사업인 까닭에 되려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하고 싶은 심사위원 유형을 꼽으라면 두 가지 정도 정리할 수 있다. 해당 공모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고 낮은 심사위원. 혹은 본인의 지식을 과시하려는 심사위원. 언뜻 정반대 성향의 심사위원 같지만 놀랍게도 두 가지 성향을 모두 지닌 심사위원도 있더라. 사회적경제조직 심사에 영리조직 재무기준을 고집하는 심사위원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해 적절하지 못한 코멘트를 하는(혹은 할 것 같은) 심사위원은 피해야한다. 


물론 실무자 입장에서 심사위원을 꼼꼼하게 선발하기는 쉽지 않다. 일정에 쫓겨 검증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탑다운 방식으로 상부에서 특정 인사를 지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몇 가지 정도만 확인해두면 심사위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심의위원이 보유한 전문성을 확인하자. 이력사항을 파악하고 사업과 심사대상에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 심사위원으로서 경력도 함께 살피자. 일례로 IT분야 전문가일지라도 심사위원으로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면 자질을 고민해봐야 한다. 플레이어로서 뛰어난 커리어가 코칭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덧붙여 관리자라면 심의위원을 추천하기 전 한번 더 고민해보자. 본인의 가벼운 결정이 사업을 파국으로, 실무자를 멘붕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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