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vs “리디자인” 비슷한 듯 다른 접근법
고시원은 원래 각종 고시 및 시험을 준비하는 장기 수험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주거시설이나, 수험생 이외의 사람들도 비용이 다른 주거 시설보다 싼 까닭에 많이 찾고 있다. 고시원의 주된 이용자가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바뀌면서, '고시텔'이라는 이름이 유행하다 이름에 '고시'라는 말을 떼어낸 곳도 늘어, '원룸텔', '미니텔', '미니 원룸', '리빙텔', '~하우스' 같은 이름을 내건 곳도 있다.[“고시원” 위키백과]
2011년 가을.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오피스텔이나 원룸에 살고 싶던 마음과 달리, 돈이 충분하지 않았다. 아껴 살면 쥐꼬리 월급으로도 월세는 감당할 수 있었다. 문제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이었다. 그렇다고 방한 칸 부탁할 사람이 있던 것도 아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고시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고르고 골라 월 26만원 짜리 방을 선택했다. 책상과 침대만으로 방은 가득 찼다. 방바닥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은 몇 뼘 되지 않았다. 한 달 분 방세를 지불하고 방문을 닫았다. 여행용 가방은 책상 밑으로 밀어두고 침대에 누었다. 천장과 사방의 벽 사이에 껴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서 딱 1개월 지냈다. 반지하에 살고 있던 고향 친구가 손을 내밀어줬다. 빈방이 생겼다며 함께 지내자했다. 그렇게 반지하, 꼬꼬마 원룸 등을 거쳤다. 2018년 11월. 비좁고 답답했던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서울시 종로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속보와 함께 말이다. 이 화재로 7명은 목숨을 잃었고, 11명에게는 평생 아물지 않을 상처가 생겼다.
돌이켜보면 지난 7년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고, 인공지능(AI) 기술이 사용화 됐다. 고시원만은 다르다. 모습이 여전히 2011년에 머물러 있다. 비좁은 방, 어두운 복도, 소음에 취약한 내벽.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시원은 주거취약계층에게 마지막 보루와 같은 주거공간이다. 주거취약계층 솔루션을 고민하는 기관이나 업체들이 고시원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들의 접근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존 고시원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과 유지하는 방식이 있다.
전자의 대표사례로는 썬랩 건축사무소가 신림동 고시촌에서 진행한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셰어어스(SHARE-US)’라 불린다. 이 사업은 고시원을 공유형 사회주택으로 리모델링시켰다. 협소한 개인공간들을 넓은 단일 공유공간으로 통합시킨 일종의 셰어하우스다.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은 서울시가 경기 침체, 노후화 등으로 늘어나는 공실과 청년 주거취약계층 문제를 동시에 완화하기 위해 시작한 민·관 협업 사업모델이다. 면적, 안전, 임대료 등이 일정 기준을 만족시켜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깐깐한 기준에 시행·시공사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사회주택 ; https://brunch.co.kr/@kkamanham/1, 셰어하우스 입주자 커뮤니티, 오답은 있다 ; https://brunch.co.kr/@kkamanham/12). 시공비, 운영비, 전문성, 인력 등 투입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게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민·관 협업 보다는 민간 주도로 고시원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움직임들도 최근 포착되고 있다.
반면 저스트리브는 기존 고시원 공간 구조에서 솔루션을 만들어내려 한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를 중심으로 두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가치는 ‘브랜드 뉴 마이크로 하우징’. 저가형 1인 주거 형태의 유일한 선택지였던 고시원의 주거 퀄리티를 개선했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고시원을 더 예쁘고, 쾌적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 그래서 저스트리브는 “리모델링”이라는 단어 대신 “리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리모델링과 비교했을 때 리디자인은 사업자 입장에서 효율성이라는 매력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시공능력이 부족한 사업자도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다. 건축법, 소방법 등에 위배되지 않는 물건(고시원)만 찾는다면 인테리어 공사 후 오픈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수익성이다. 한정된 공간에 최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고시원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다. 우려도 있다. 화재 취약성, 최저주거기준(1인 가구 주거면적 : 12㎡, 3.6평) 미달 같은 고시원의 구조적 문제를 답습할 공산이 크다는 점. 기존 고시원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회적가치 측면에서 이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닮은 듯 다른 두 접근법이 어떤 방식으로 개선될지, 혹은 새로운 접근법이 나올지 고시원의 다음 진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