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알아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증명해야 된다
평균적인 생산 조건에서 상품 생산에 소요되는 노동 시간에 따라 규정되는 상품의 가치.["사회적 가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서비스나 상품의 사회에 대한 상대적 가치. 예를 들면, 도서관 건물과 그 소장도서와 주점과 주점 안의 술의 달러 가치는 같을 수 있지만 양자의 사회적 가치는 같지 않다.["사회적 가치" 사회복지 용어사전]
각종 사전은 물론, 국립국어원까지 뒤져봤다. “사회적 가치”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문구는 없었다. 내가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 사용되는 은어는 아닐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난 1년간(2017년 6월~2018년 6월)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사를 검색해봤다. 9만4837건. 하루 평균 250건이 넘는 온라인 기사에서 “사회적 가치”가 언급된 셈이다. 모든 기사가 획일적인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한 것 같지는 않다. 대충 느낌은 비슷한 정도다.
정의조차 불분명한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얼마나 어렵겠는가.
예를 들어보자. 기존 고시원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거 취약계층인 청년들에게 공급하는 사업. 사업자는 고시원에 살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덧붙여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합리적인 솔루션이라고 자부한다. 일각에서는 기존 고시원 사업과 다르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프리미엄 고시원 사업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지 싶다.
학계, 현장, 행정부처까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아쉽게도 속 시원한 해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대안은 인증제다. 공공·사기관이 특정 단체의 사회적 가치를 입증하는 제도다. 사회적기업 인증 제도나 비콥(B-corp) 인증을 떠올릴 수 있다. 지자체나 중간지원기관은 공모사업을 심사할 때 이 같은 인증에 가산점을 부여하곤 한다. 다만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뛰어나는가”란 물음에는 답이 될 수 없다. 보조금 같은 수혜를 목적으로 인증을 취득하는 단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몇 가지 요건만 충족시키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사회적 기업 중 사회적 가치가 취약한 곳도 많다는 사실을.
사회적 가치 평가 모델은 사회적 경제에서 오랜 화두다. 해외(아라베스크 파트너스 등)와 국내(SK 등) 모두에서 평가 적도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만인의 입맛을 충족할 척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조차 명확히 정의가 없지 않는가.
우물을 파는 일은 결국 목마른 사람의 몫이다. 현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라면 누군가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보다, 설득해나가는 편이 효율적이다. 추상적으로 본인들의 가치를 설명하려는 사회적 경제 조직 관계자들이 있다.
비전과 미션부터 다시 살펴야한다. 비전은 조직이 나아갈 방향, 미션은 3·5·10년 같이 기간별 목표다. 당연히 미션에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의외로 미션과 비전을 간과하는 조직들이 많더라). 그 미션에 맞춰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기록해야 된다. 상과 내용은 투입(input), 산출(output), 결과(outcome), 효과(impact)를 수치화해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포트폴리오를 대외적으로 공유한다. 번거롭고 낯설어도 Do it yourself. 건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