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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만햄찌 Jul 06. 2018

모금은 명확한 감사 인사로 마무리 된다

돈을 끌어오는 능력만큼 정확한 회계와 세련된 보고도 중요하다

사진 : flickr(Howard Lake)

모금(募金, fund-raising )

기부금이나 성금 따위를 모음. [“모금”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오전에 내린 소나기가 화근이었다. 30도를 육박하는 불볕더위에 아스팔트는 끓어올랐다. 찬물 샤워와 에어컨 바람, 냉장고에 있을 시원한 물 한잔이 간절했다. 1분 1초라도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절박해진 발걸음을 누군가 막아서더라. ‘모금함’이라 적혀있는 종이상자를 들이밀며 그는 말했다. “저희는 해외 어린이를 돕는 기관인데요...”


행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모금활동. 개인적으로는 열 번 마주치면, 열 번 지나친다. 더위에 지쳐서도 아니고, 기부에 인색해서도 아니다. 그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달라지고 있단다. 베테랑 모금가들은 구걸하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며 십여년전을 회상한다. 모금가를 대하는 기업과 기관의 태도가 최근 바뀌고 있다는 부연이다(물론 여전히 녹록치 않다). 투자 일환으로 기부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 엔젤투자나 임팩트투자처럼 말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달리 기부 씀씀이는 각박해지고 있다. 올해 초 중앙일보는 시가총액 상위 25개 기업의 기부금 규모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9241억원이었던 기부금은 2016년 8684억원, 지난해에는 7420억원으로 줄었다. 


미르재단, 이영학 사건 등이 기부 포비아를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맞물려 비영리 단체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강도의 투명성 검증을 국내 모금가들은 받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가이드스타는 기부자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플랫폼이다. 크라운 인증제 등 비영리재단의 투명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이들은 이사회, 회의록, 사업 계획서와 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비영리단체를 평가한다. 문제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영리단체다. ▲학교·의료법인 ▲설립 2년 미만 법인 ▲기부금 수입 3000만원 미만 법인 ▲외부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법인 등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몸집이 작거나 신생법인들은 한국가이드스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진 : 한국가이드스타 공익법인평가지표 중(한국가이드스타 홈페이지)

소규모·신생 비영리단체들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한다. 무엇보다 회계 역량을 강화해야 된다. 올해부터 공익법인회계기준 제정안이 시행됐다. 그간 결산서류 공시와 외부회계감사 기초가 돼야 할 표준 회계기준이 없어 회계처리가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곳이 많았다. 회계기준이 달라 공익법인 간 비교도 어려웠다. 반면 올해부터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일원화 됐다. 이제는 사업종료일 이후 4일 이내에 결산을 공시해야한다.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 공익법인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는 과태료 제재를 면하기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내부인력을 교육 시키거나 회계 전문가를 충원에 인색하지 말자. 


‘고맙다’는 인사에 인색한 모금단체도 있다. 기부금을 받을 때는 물론,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많은 돈을 끌어 오는 것만이 모금가의 역량은 아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의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습니다” 이 인사를 얼마나 솔직하고 세련되게 할 수 있느냐도 빼놓을 수 없는 모금가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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