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공간
이 집에서 나만의 공간은 어느 방이 아닌 원형식탁이다.
우리집 식탁 나의 자리에 앉으면 정면으로는 아이들이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 뒤편은 주방, 왼쪽은 아이들방이 보인다.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는 중심 공간.
그리고 오른쪽 구석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나의 잡동사니들이 있다. 바로 그 구석 잡동사니와 식탁이 나의 공간이다.
운 좋게 낮동안 나의 시간이 생기면 틈틈이 앉아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지만, 주로 혼자의 공간이 되는 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밤이다. 특히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질 때 이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왠지 더 다정한 엄마가 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늘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집을 다 치우지 못하더라도 유일하게 치우는 공간은 식탁이다.
나의 공간은 사실 아이들의 밥 먹이기 임무가 있는 전투적인 느낌이 크지만, 가끔 꽃이나 벽의 그림과 같은 작은 사치로 예쁘게 꾸며지기도 한다.
이 공간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는 물론, 간식을 먹으며 책도 읽고 종이접기도 한다. 이 식탁에서 만큼은 아이들을 돌보고 놀아준다는 느낌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