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 지켜봐 온 한 작가에 관한 목격담을 들려드려요

<panorama creatures> 전시 소식을 전합니다

“자버와 그림,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림 아닐까?”

사귄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자기 딴에는 속상하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던

나의 첫 펜드로잉 선생님이자

5년째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이자

2년 가까이 함께 살고있는 설쌤.

그러니까 설동주 작가님이 개인전을 열게 됐습니다.

같이 살면서 제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바에 의하면

저 대신 그림을 선택하겠다는 설쌤의 말은

아무래도 백 퍼센트 진심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속상하지만 분명히 봐버린걸요.

스쳐 가는 풍경도 소중하게 프레임에 담는 두 눈을.

넓은 캔버스를 까만 선으로 빼곡히 채우던 밤들을.

사랑스러운 것을 발견했을 때 언제고 멈추어 서던 발을.

작업대에서 멀리 가지도 못한 채 쪽잠으로 지새운 날들을.

그림에 있어서만큼 이 작가는 티끌 만큼도 진심이 아닌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밉긴 밉네요.

“그림보다 자버가 먼저지.”

하고 빈말이라도 하면 어디 덧나나?

어쩌면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그러니까 지나치는 말도,

사소한 일도 주섬주섬 머리에 담아뒀다

미주알고주알 글로 풀어내는 걸 좋아하는 내가,

하필 빈말은커녕 있는 말도 줄여서 하는

당신의 생에 가장 가까운 목격자라는 사실은,

하늘의 재미있는 장난 같기도

기가 막히게 다행스러운 인연 같기도 합니다.

마침 전시 오프닝 날인 7월 7일은

설동주 작가님의 생일입니다.

본인이 태어난 날,

오랜 시간 고민하고 정성들여 완성한 작품을

이 세상에 비로소 태어나게끔 하는 경험만큼

의미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은 그날,

저는 이 애정이 어린 목격담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작가님의 삶을 열렬히 목격할 예정인

지독한 기록자로부터.

성수 CDA 갤러리 7/7 ~ 8/6

설동주 작가 개인전 <panorama creatures> 에 구독자분들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