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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Oct 30. 2022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스타툰 작가가 되고 싶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내 생각을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일은 얼마나 멋진가.

 연필 하나만 있으면 빈 공간에 쓱쓱쓱, 글자보다 더 강하게 기억되는 그림을 남기는 것이다.

 인스타툰 같은 걸 볼 때마다 작가들의 재능이 너무나 부러웠다. 편안하고 가볍게 그리는 것 같은데 표현하는 내용이 정확히 드러나는 게 신기했다.

 요즘은 그림 솜씨가 좀 서툴러도 콘텐츠가 좋으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나도 그림으로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간 부자가 되자마자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예전에 살던 동네의 미술학원에서 성인 수업도 하신다길래 매주 금요일 오전에 원장 선생님으로부터 개인 레슨을 받기로 했다.


 원장 선생님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냐고 물으셔서 첫 수업에 만화도서 한 권을 가져갔다. 생활공감 만화로 유명한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이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귀여운 이미지로 잘 보여 주는 간략한 선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고도 하지 않나요?      

 

 첫 수업에선 나의 현재 그리기 수준과 눈썰미, 센스 등을 평가하기 위해 내가 가져간 만화의 한 페이지를 따라 그리게 했다.

 학창 시절 이후 처음 쥐어보는 B4 연필로 손을 달달 떨며 따라 그렸다. 나는 성격 급하고 손도 빨라서 잘 그리지도 못하눈 주제에 순식간에 한 페이지를 보고 그렸다.

 노안 때문에 잘 안 보여서 짜증이 났다. 다음 수업부턴 안경을 가져와야지!

 



 다음 주 수업에서는 동물이나 사람을 그릴 먼저 크게 크게 머리 몸통 팔다리 부분을 대강 잡고 그다음에 세세하게 그려나가는 연습을 했다. 대상의 시선과 몸의 방향에 따른 중심선을 잡는 것도 배웠다. 그 선들의 각도가 엉키면 어색한 그림이 된다.  

  러프한 구도에서 시작해 묘사로 들어가는 단계로 구성된 어린이 그리기 교재를 보고 따라 그렸다.

 세 시간의 수업 내내 양을 한 마리 그렸는데 맨 처음에 머리 몸통 다리의 뭉텅이를 그리고 그다음에 지우개로 지워가며 얼굴과 동그랗게 말린 뿔과 북슬북슬한 몸매와 네 개의 작은 다리를 그려내고 털의 질감을 표현하는 조그만 연필질을 해서 그림을 완성했다.

 자꾸만 양이 야위게 그려져서 몇 번을 지웠는지 모른다.

 비록 교재를 보고 그린 거지만, 마침내 내가 '양을 양처럼 그렸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

 

 그리는 동안 문득, 이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인스타툰 작가가 되겠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데 하나하나 배우면 뭐 늦어도 3년 안에는 되지 않겠나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운 자국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세 번째 시간에 다시 나의 롤모델 만화의 한 페이지를 따라 그렸다.

 이번에는 만화 컷도 나눴다.

 연필과 지우개로 수정하며 그리는 대신 펜으로 과감하게 그려보라고 하셨다.

 0.03mm부터 1.0mm 두께의 팁이 있는 수성 드로잉 펜을 주셨다.

 원하는 펜으로 그리면 된다고 하셔서 무난한 중간 두께로 골랐다.


 그리며 든 생각, 이 작가는 간략하게 그림을 그리는데 왜 여성들의 핸드백은 꼭 그려 넣는 걸까?

 심지어 주인공 옆에서 쇼핑하는 젊은 여성들도 조그만 가방을 다 메고 있다. 그게 참 귀엽긴 하다.

 나는 어떤 시그니처로 그릴까 하는 김칫국도 마셔가며 작가의 그림을 모방해 그렸다.

 

주인공 모습도 그릴 때마다 달라진다


 원장 선생님은 매주 숙제를 내주셨다. 연필로 다양한 선을 그리는 연습도 그중 하나였는데 같은 간격 같은 길이로 같은 모양의 선을 반복해 그리는 게 어려웠다.

 이런 소소한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나의 그림 실력이 아보카도 잎처럼 나도 모르는 새 자라나겠지!

 




 우리 집 거실에서 식탁 겸으로 쓰는 긴 우드 슬랩 테이블이 있다. 나는 그  위에 연필과 큰 종이를 놓아두고 틈틈이 우리 집 노견이 자고 있는 모습, 앉아 있는 모습, 나를 보며 서 있는 모습 등을 그려보기도 했다.

 나의 첫 캐릭터는 우리 집 실키 테리어 노견으로 해야겠다. 오랫동안 봐 왔고 사진도 많이 찍었고 늘 보는 모습이니까 그리기가 좀 수월할 수도 있다.


 문득 첫 번째 수업에서 쌩 기본 실력으로 따라 그렸던 그림과 세 번째 수업에서 따라 그렸던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니 그동안에 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그리기 능력이 성장한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인스타툰 작가가 되는 날에는 동네잔치라도 열어야겠다.



  첫수업의 그림과 세번째 수업의 그림 비교



우리 집 노견이 웅크리고 자는 뒷모습을 보고 그려 본 것이다. 머리와 몸통의 원 두 개를 상상해서 그렸다.


그리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팁을 아시는 선배님들은 댓글로 좀 알려주세요.

인스타툰 작가 등단 잔치에 초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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