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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추석에도 하나요?

난생처음 혼자 보내는 추석

by 이명선

추석 당일까지 사용하는 쿠폰이 있어 추석 전날 오후에 스타벅스에 가려고 나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에도 동네는 분주하게 돌아간다. 이미 휴무로 문을 닫은 가게들도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명절을 보내러 온 방문객들과 다른 데로 이동하지 않고 동네에 머무는 주민들이 합쳐져서 평소 휴일보다도 복잡했다.

우리 집만 해도 넷 중 셋이 어머니댁에 가 있으니 남편의 고향 도시도 연휴 동안은 활기차겠다.


추석 전날 카페에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연출해 보겠다는 건 내 생각이었고 제법 큰 매장 안에는 앉을자리가 없고 주문대 앞에는 줄도 길었다. 친척들이 같이 온 듯한 그룹에, 누가 봐도 한창 음식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사다 주는 행색으로 양손에 커피 캐리어를 든 아저씨들이 보였다.

나도 다음 설에 가서 일할 때는 괜히 알뜰하게 캡슐 커피를 내려먹는 대신 남편에게 커피를 사 오라고 해야겠다.


떡집에서 막 송편이 나오는 중이라는 소식이 도로에 퍼졌다. 나도 얼른 줄을 섰다. 막 쪄낸 송편이 한 김 식기를 기다리며 사람들은 차례차례 주문을 했다.

작은 팩에 든 약식을 집는 나를 보고 직원이 어딘가를 가리킨다. 거기엔 a5 용지만 한 약식 패키지들이 있었다.

내가 '혼자 먹을 거라서 약식도 이거면 되고 송편도 요만큼만 줄 수 있냐'고 했는데 그 순간 떡집 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그 분위기가 당황스럽고 영문을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추석 전날 혼자 먹을 떡을 조금만 산다는 아주머니가 별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시간에 떡집에서 줄을 선 중년 여성이라면 내일 차례상 차릴 준비를 하러 나왔거나 명절이라고 집에 올 자녀들을 기다리며 음식을 만들다 나왔을 테니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내 친구들은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오해의 눈길을 받는 데에 이미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좀 있는 여자들에겐 무조건 '어머니!'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나는 큰애를 유모차에 태워 다니고 나서야 우리나라에 유모차나 휠체어가 오가기 힘든 곳이 참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20여 년 전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시간이 더 흐르면 결혼하지 않은 싱글 중년과 노년이 더 이상 이색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고대로 맞으며 떡과 커피를 들고 왔다.

늦은 점심으로 잘 먹었다.

눈총을 받으며 산 송편



내일 저녁에는 남편과 딸들이 집으로 온다. 가족들이 오면 또 북적북적하니 좋겠지.

나의 전무후무한 2박 3일 혼자 보내기도 24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홀로 추석은 살짝 쓸쓸하고 심심하지만 괜찮다.


보름달이 떴나 나가 봐야겠다. 아파트 틈새에서 보름달을 찾으면 어떤 소원을 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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