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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Mar 16. 2023

예쁜 나이 스물다섯 살?  

어쩌면, 바로 내 나이!

 운동을 하다가 옆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전 빨리 마흔이 되고 싶어요. 마흔이 되면 딱 모든 게 안정적이고 여유로울 거 같애.

-마흔이요? 아이구, 삼십 대보다 더 정신없어요. 애들 클수록 할 일이 더 많고 어렵다니까.

-뭐야! 40대도 그렇게 내 시간이 없으면 오십은 돼야 한단 거여요?


 그렇다. 여자들이 비로소 자유를 되찾는다는 나이 오십. 

 돈만 좀 있고, 꾸미고 나갔을 때 슬쩍 사십 대로 보일 때도 있다면야 오십은 어쩌면 가장 여유롭고 좋은 시절일 것이다.



거품 위에 찍은 스마일은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남아있다





 어릴 적부터 멋도 안 부리고 돈도 안 쓰는 큰딸을 보며 한때는 걱정했었다. 

 한창 예쁠 땐데 모양도 좀 내고 연애도 하고 그러지.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그러다 아까운 20대가 후딱 지나갈 텐데 너무 안타깝다고.


 올해 스물다섯인 큰딸은 여전히 일과 집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딸이 독립한 성인임을 인정하니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이 몇 살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법이 과연 있을까?  

 아까운 20대가 지나가면 뭐 어쩌라고. 

 30대에 크롭탑 입고 싶으면 입고, 40대에 연애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자식들이 제 때에 제 짝 찾아 결혼하는 게 제일 큰 효도라고 말하는 선배도 있다.  

 그러나 '제 때에 제 짝 찾아 결혼하기'가 행복이려면 부모의 관점이 아니라 자녀가 진짜 원하는 일이어야 한다.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하는 참견도 애들이 조언을 구할 때 쿨하게 전해주고 다음 결정은 스스로 하게 놔두겠다. 


 내가 엄마와 다른 인생을 살듯, 내 딸도 나와 다른 인생을 사는 게 맞다.   

  

 


   


 -당신은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습니까?


 저승사자가 아니 천사가 묻는다면 일단 확인을 할 거다.

 

 -혹시, 돈이 드나요?


 돈이 들지 않거나 천사님 일당을 최저시급으로 계산한 정도로만 든다면 두 번째 질문을 할 것이다.


-20대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나요?


 1박2일쯤 20대 추억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거면 YES, 그때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살아야 하는 거면 내 대답은 NO다. 

 나는 딸들과 남편이 알아서 잘 살아주는 데다 세 부녀가 앞다투어 관심과 애정을 주는 지금이, 내가 더 젊었던 옛날보다 좋다.


 그리고 마음먹기에 따라 나의 좋은 시절은 계속 찾아올 거라 믿는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아무리 예뻤던들 소용이 없으니까, '나는 지금이 제일 좋다'라고 주장하며 사는 걸로.


 

원한다면 아무 때고 와인 한 잔을 하며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지금이 나의 리즈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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