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는 내가 아이들과 같이 공부하기로
내 직장 문제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콘도와 유치원을 알아보다 보니 유치원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아 콘도 근처 교회 유치원을 선택했다. 한 달로 따지면 400불 정도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니 한 달에 1500불은 부담해야 하는 일반적인 로컬 유치원에 비하면 교회 유치원은 엄청나게 저렴하다. 단점은 수업 시간이 하루 3시간으로 짧다는 점이다. 원래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 과외 활동 1시간을 더 할 수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중단된 상태다. 아이들이 이렇게 겨우 3시간 유치원을 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영어와 중국어 습득이 다소 느린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어와 영어 선생님이 따로 있는데도 유치원에서 뭘 습득하고 오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도 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습득하겠지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받아온 중국어 교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사진처럼 병음도 표기되어있지 않은 교재였다. 아마도 부모님이 읽어주라는 의미로 보내 준 거 같은데 까막눈 엄마 아빠는 읽어줄 능력이 안 된다.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런 책을 집으로 보내는 거 보면 집에서도 중국어에 노출을 시키라는 뜻일 거다. 그런데 당연히 집에서는 90% 한국어 사용이다. 영어는 필리핀 출신 헬퍼와 조금 한다고 해도 중국어는 아예 노출이 되어있지 않다. 물론 중국어까지 애들 잘하게 할 생각 없고, 로컬 초등학교에 보낼 생각도 없다. 이곳에서 몇 년을 살든 대학은 한국으로 보낼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왕에 노출이 되어있는 중국어를 안 가르칠 이유도 없다. 이곳에서 몇 년을 지내던 중국어에 계속 노출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어는 평소에 엄마 아빠가 하는 것을 많이 보기도 하고, 헬퍼도 영어를 하니 집에서도 노출이 많이 되어있는데, 중국어는 그렇지 못하니 나라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두었던 중국어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공부할 기초 한자 600자 책을 부랴부랴 구매하고, 나와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유튜브를 찾아봤다.
다행히 아이들이 기초적인 영어, 중국어 단어를 익힐 수 있는 채널을 찾았다. 아이들을 보여줬는데 생각한 것보다 재미있어한다. 아무래도 평소에 노출이 되는 언어 두 개를 동시에 듣게 되니 그런 거 같고, 조금은 아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다행이었다. 아이들이 보려 하지 않으면 힘들 텐데 본인들 입으로도 공부한다고 하면서 제법 열심히 본다. 앞으로도 영상을 자주 보여주면서 흥미를 보이면 내가 끼고 가르치려고 한다. 초급 수준을 공부하다 만 실력이라 아이들과 같이 공부할 처지가 되겠지만 말이다. 중국어를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배우기 원한다면 과외를 붙일 생각도 있지만, 일단 영어가 우선이니 시간을 좀 더 두어 생각해볼 일이다.
저렴해도 3시간짜리 유치원에 보내는 건 올해까지만 해야 할 거 같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하루 5~6시간은 영어와 중국어에 노출될 수 있는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초등학교는 로컬학교가 아니라 한국 국제학교나 학비가 저렴한 국제학교를 보낼 생각이지만, 유치원에서라도 중국어에 많이 노출이 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원래 나는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모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에도 노출이 되어있는 환경이니 공부를 안 시킬 수 없을 거 같다. 아이들 언어 습득은 둘째치고 아이들이 영어나 중국어 수업할 때 기가 죽을까 봐 그렇다. 원인이 뭐가 됐든 여기에 오면서 아이들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내가 원래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리고 애들 공부시키러 이곳에 온 것도 아닌데, 본의 아니게 맹부가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