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모와 싱가포르 헬퍼는 많이 다르다
아이를 가진 맞벌이 부부에게 이모 혹은 헬퍼는 꼭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아이를 돌봐 주는 입주 이모와 함께 4년을 살았고, 싱가포르에 와서는 헬퍼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이모와 싱가포르 헬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한국에서는 지인 소개가 많다. 산후도우미 같은 경우에는 전문적인 에이전시가 있고 에이전시를 통해 고용한 도우미의 수준이 꽤 높았다. 하지만, 몇 년이고 쭉 맡아서 아이를 돌봐줄 이모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는 신뢰할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또 이모넷이라는 중개사이트도 있지만, 우린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다행해도 우리는 지인 집에 7년이나 있었던 분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이곳 싱가포르에서는 물론 지인 소개로 받을 수도 있겠지만 헬퍼 에이전시를 통해 구하는 게 일반적인 거 같다. 내 지인으로부터 괜찮다는 에이전시를 소개받아 그쪽을 통해 2명을 면접 보고 둘 다 마음에 들어 상대적으로 빨리 올 수 있을 거 같은 지금 헬퍼를 채용했다. 다른 에이전시도 소개를 받았지만, 헬퍼도 많은 만큼 에이전시도 많고 그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그런지 에이전시 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쪽으로는 더 알아보지 않았다.
엄청난 차이가 난다. 약 4년 전 이모에게 드린 첫 월급은 200만 원이었다. 와이프가 1년 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나가게 되자 혼자 둘을 다 보셔야 해서 30만 원을 더 올려 드렸었고, 그 후 1년 뒤 10만 원을 더 올려드려 직전 2년 동안은 240만 원을 드렸다. 그에 비하면 이곳 헬퍼 월급은 무척 낮다. 우리는 600불을 월급으로 주고 있고, 여기에 헬퍼를 고용하는 대가로 싱가포르 정부에 내는 Levy 300불, 그리고 헬퍼 보험 등 합치면 대략 월에 1000불 정도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 환율을 생각하면 한국 이모 비용의 1/3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600불이면 우리 헬퍼 고국인 필리핀에서는 꽤 높은 급여를 받는 축이라 한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불 수준임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기는 한다.
급여 수준도 차이가 나지만 처우도 차이가 크다. 한국에서 이모는 아이들과 같이 잠을 잤다. 따라서 아이들이 쓰는 방을 이모가 같이 썼다. 그러나 이곳에서 헬퍼는 1평 남짓한 방을 혼자 쓴다. 그마저도 없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 헬퍼는 전에 있던 집에서는 아이 방에 끼어서 잠을 잤다고 했다. 법적으로는 헬퍼에게 독립된 방을 주어야 한다고 되어있으나 꼭 지키는 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겸상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 가족이 먹고 난 후 식탁에서 밥을 먹으라고 해도 굳이 본인 방에 들어가 밥을 먹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와이프가 일로 늦어 집에서 저녁을 먹지 않을 때면 한국에서 난 늘 이모와 함께 밥을 먹었고, 그게 자연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우리 이모는 주 5일 근무로 일요일 저녁에 오셔서 토요일 아침에 집에 가셨지만, 싱가포르 헬퍼는 주 6일 근무로 일요일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온다. 싱가포르 헬퍼의 경우 한 달에 이틀 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업무강도도 훨씬 높은 거 같다.
한국에서 우리 이모는 집안일 전부와 아이들 식사는 챙겼다. 단, 우리 식사나 반찬은 가끔씩 하는 정도였고, 책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헬퍼는 우리 식사까지 전부 맡아서 한다. 안 그래도 지금 모두 재택 중이라 헬퍼까지 7명이 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외에도 집안일 역시 맡아서 한다. 물론 한국 이모에게도 요리까지 맡길 수 있었겠지만 우리는 부탁하지 않았다. 두 아이를 보셔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차피 저녁을 먹는 일이 일주일에 두세 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들 식사에는 많은 신경을 쓰도록 이모에게 이야기했었다.
헬퍼를 고용하는 게 워낙 저렴해서 그런지 아이들을 위해서 헬퍼를 쓰기도 하지만, 노인을 돌보는 헬퍼도 많이 보인다. 실제로 우리가 면접을 봤던 한 헬퍼는 아이를 돌본 경력은 없고 노인을 돌본 경험만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가족이 많은 경우 헬퍼를 둘을 쓰기도 한다. 지인의 경우 아이가 3명으로 늘어나면서 헬퍼 한 명을 더 고용했다고 한다. 게다가 헬퍼가 워낙 흔해서 그런지 헬퍼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꽤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이모 숫자가 싱가포르 헬퍼 대비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말이 많지 않은 것일 뿐이지 나 역시 자격 미달의 이모를 써본 적이 있고, 이모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어쨌든 아직까지 우리 헬퍼 괜찮은 것 같다. 일머리도 있고 손도 빠르다. 게다가 아이들하고도 잘 노는 편이다. 한국 이모처럼 좋은 관계로 앞으로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