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대표 Jul 30. 2020

태어난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내 인생

나를 나답게, 내 인생

우리 어머니는 목소리도 크고 성격이 강해 사랑 표현을 잘하는 분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자식에게 사랑 표현을 잘하는 상냥한 어머니를 가진 친구가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시절 누나 둘에 막내아들이었던 한 친구 어머니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고는 충격을 받았고, 마찬가지로 장모님을 처음 뵈었을 때도 그렇게 상냥한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게 신기했다. 사랑 표현을 듬뿍 받은 경험이 없는 난, 그러나 내 아이들에게는 사랑 표현을 듬뿍 하고 있다. 정말 태어나 고맙다고, 너희들을 기다렸다고 자주 말하고 자주 안아준다. 사랑 표현을 잘하는 어머니를 만나진 못했지만 아마 난 사랑을 많이 표현하고 싶고, 많이 표현받고 싶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 환경적 영향보다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는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편이다. 사랑 표현을 듬뿍 받고 자라지는 못했지만 내 아이에게는 타고난 성향대로 사랑 표현을 듬뿍 주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내 인생을 볼 때 환경적 영향, 특히 어린 시절 부모의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내가 타고난 성향대로 내 인생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영향, 즉 환경적인 영향이 더 컸다면 내가 지금 세일즈나 마케팅을 업으로 삼아 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환경이 어떻든 간에 사람은 태어난 대로 살아가는 게 좋다고 믿는다. 따지고 보면 내 주변 환경은 바꾸기 어렵다. 부모를 바꾸어 태어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사실 나도 사회 초년생 시절엔 성공한 사람을 따라 하면 나도 성공하고 행복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노력을 통해 그런 사람들과 비슷해지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한들 타고난 천성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나랑 타고난 성향이 비슷한 사람의 성공 방식을 살펴보고 그 사람과 비슷한 방향으로 노력했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고, 어쩔 수 없이 난 나만의 길을 걷는다는 심정으로 그때그때 최적이라고 판단한 선택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어떤 사람들은 불굴의 의지 혹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성공 스토리를 들여다본다면 불굴의 의지와 노력은 성공을 위한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성공에는 운이 많이 작용하는데, 성공에서 운의 중요성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흔히들 말하는 성공은 어떤 행동의 결과일 뿐 결코 좇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성공이란 게 이렇듯 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거라면 불굴의 의지로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통해 성공만을 향해 달려갈 게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 어떻게 하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고민해 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가다 우연히, 정말 운이 좋게도 흔히들 말하는 성공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이미 만족스럽게 살려고 노력하는 그 삶이 성공이 없다 한들 만족스럽지 못한 인생으로 바뀔 일도 없다.



나는 이렇게도 생각해 보았다. 대학 졸업 이후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했으니 많은 측면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형화되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가 어떤 모습의 사람인지 이미 사회적 평가가 거의 끝났다는 의미다. 따라서 40 중반이 넘어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 남은 사회생활을 해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나다운 모습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해야 나와 내 가족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될지,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하면 안 되는지 선택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큰 보상이 따르더라도 내가 살아오던 모습이 아니라 내 모습을 크게 변화해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면 이제는 다시 한번, 아니 두 번 세 번 고민할 것 같다. 나는 그냥 나다운 삶을, 그냥 내가 태어난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성향대로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마음껏 표현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러고도 남는 내 마음은 내 지인들과 나누고 싶다. 내가 지인을 도와줄 상황이 되면 돕고, 또 그 반대 상황이라면 지인으로부터 고맙게 도움받고 싶을 뿐이다.



혹시라도 좋지 않은 환경에 태어났다 한들 내가 바꿀 수도 없지만, 더 나아가 그 누구도 그런 사정을 알아주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가지고 태어난 성향대로 살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좋은 선택을 하려고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는 게 더 현실적이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내 성향대로 태어난 대로 나답게 사는 인생이야 말로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게 아닐까? 내가 자란 환경, 내 이름 그리고 필명, 마지막으로 직장에서의 직책이나 직급 혹은 내가 좋아하는 취미 등 그 어떤 것도 나를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태어난 대로 살아가는 내 인생 자체가 나를 나답게 하는,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