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들 교육 @싱가포르

해외에서의 교육, 특히 언어 교육 문제는 어렵다

by 정대표
아이들 교육상 늘 영어로 된 영상만 보여준다

내가 싱가포르로 갈 수도 있다고 할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내 일자리를 걱정하기보다 ‘애들은 좋겠어요~’라는 말을 건넸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걸까? 나는 나 자신이 한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한국만큼 좋은 교육을 하는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 때문에 ‘애들은 좋겠어요~’라고 말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난 ‘대체 뭐가 좋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을 하곤 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거의 같았다. 짐작하다시피 아이들이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면 영어와 중국어는 하고 오지 않겠느냐라는 대답이었다. ‘그럼 대체 영어와 중국어를 잘하면 뭐가 더 좋으냐?’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면 말끝을 흐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도 모국어 외에 할 수 있는 언어가 있다면 조금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거 안다. 나와 와이프도 그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기회를 잡았다. 어릴 때 외국어를 배우면 수월하다는 건 나도 알지만 그렇다고 꼭 외국어를 어릴 때 배워야 되는 건 아니며, 외국어를 잘한다고 꼭 좋은 기회가 온다는 보장도 없다. 외국어 구사 능력보다 업무 능력이 우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영어 교육에 정말 많은 비중을 두는 한국 교육을 보면 앞뒤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까, 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교육에서 낙오될 수도 있으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해외에서 공부한 적도 살아 본 적도 없는 사람으로서, 서른 살이 훌쩍 넘어 본격적으로 공부한 영어로 해외로 나오게 된 사람으로서 한국의 영어 조기 교육이 그리고 아이들 해외 경험이 과연 그렇게 아이들한테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아이들 언어 교육 문제로 이곳에 온 건 아니지만, 그리고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싱가포르에 살지만, 언어 교육 문제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건 또 아이러니하다. 싱가포르에서 영어는 어느 학교를 다녀도 습득할 수 있는 반면에 중국어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도 영어를 하는 선생님과 중국어를 하는 선생님이 따로 있음에도 중국어는 아이들이 노래 정도만 따라 할 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여러 언어를 습득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중국어까지 과연 해야 하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이왕 싱가포르에 오게 된 거...’란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아이들 대학은 한국으로 보낼 생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완벽한 한국어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국 국제학교를 보낸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그곳에 보내지 않게 되면 한국어 교육을 또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면 애들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이곳에 오니 또 다른 이유로, 선택지와 변수가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다. 또 한 가지, 어떤 교육이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선택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2040년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걸 우리가 따라가는 게 맞을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더 낫다는 길로 우리가 아이들을 힘들더라도 푸시하면서 가야 하는 게 맞는지 역시 고민스럽다. 어떤 선택을 하던 애들은 훌륭히 성장할 거라 믿는다. 그럼에도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아이들에게 더 나은 걸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 그런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되는 거 같다.

나중에 어떤 아이가 될는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싱가포르 이주 6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