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근무, 그리고 영어

다양한 분야에 대해 영어로 생각하고 듣고 말해봐야 한다

by 정대표

과거 한국에서 외국계 회사에서 일할 때는 간혹 영어를 쓸 기회가 있었던 정도였다면 지금은 100% 영어로 일을 한다. 토종 한국인으로 영어 100% 환경에서 일하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편이라 영어 때문에 일하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영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일이 있어 이야기하려 한다.



S 비즈니스 유닛은 내게 다소 생소한 분야로 어떤 분야인지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는, 그러나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미지의 분야다. 이 분야에 대해 광범위하게 경장사 리서치를 한다고 하니 기대가 컸다.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 비즈니스 유닛에서 꽤나 광범위한 경쟁사 리서치를 전문 조사 업체와 진행하고 있다. 어제 나, 내 매니저, 비즈니스 유닛 S의 담당자, 그리고 전문 조사 업체 담당자와 콘퍼런스 콜을 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쫒아가기가 어려웠다. 주로 비즈니스 유닛 담당자와 조사 업체 담당자와의 Q&A로 진행이 되었는데, 상세한 내용을 잘 모르는 난 내용도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영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잠깐은 들었더랬다. 아무리 모르는 분야에 대해 대화를 듣는다 해도 그 핵심 내용은 파악을 할 만도 한데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나중에 조사 업체 담당자가 보낸 미팅 서머리를 보고는, ‘아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했던 거였어?’란 생각에 살짝이지만 충격을 받았다.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미팅을 리드한다거나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수십 명이 참여하는 트레이닝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미지의 분야에 대해 리서치를 진행하고 리드하는 건 또 다른 레벨인 거 같았다. 리서치가 내 전문 분야도 아닌 데다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일을 하니 더 힘들었다. 게다가 언어 문제까지 걸리니 삼중고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물론 리서치가 진행이 되고 세부 내용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영어가 조금 부족해도 금세 따라잡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종류의 리서치를 한두 개는 리드해야 할 텐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이만하면 됐다고 안주할 게 아니었다. 모국어처럼 하기는 당연히 힘들지만 비즈니스 분야에서만큼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도 막히지 않을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언어’ 문제가 아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영어로 듣거나 말하거나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싱가포르에 왔지만 영어 뉴스, 즉 CNN 같은 건 거의 보지 않고 살았는데, 별일이 없는 한 배경 음악으로라도 틀어둬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가족을 ‘따라’ 오게 되는 바람에 싱가포르 거주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7~8개월 살아보니 내가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영어로 한국에서 일하는 것과 영어로 외국에서 일하는 건 차이가 있었다. 또, 위에 언급한 것처럼 지금 하는 일을 통해서 내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들어봐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내가 한국에서 일하면서 듣고 말하고 생각했던 것을 영어로도 해봐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게 따라갈 수 없는 그런 레벨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계속 배울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울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되는 것도 처음엔 힘들 수 있지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너무 감사하고, 이런 기회를 안겨준 사람들, 내 와이프, 내 매니저, 그리고 나를 이 자리에 오게끔 서포트해준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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