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황을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렸다
종종 글을 올리던 동문 홈페이지 내 개인 게시판에 당시 Job search 상황을 적었다. 그런데 답글에, 후배 W가 ‘우리 회사요...’라고 적은 게 아닌가? 아, 뭐가 있구나 싶어 후배에게 연락하여 상황을 들어보았다. 본인이 재직 중인 M사의 싱가포르 지사에 Senior Sales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M사는 동문이 많이 근무하던 회사로 평소 관심이 있던 회사라 나는 급히 레주메를 제출하였다. M사는 IT 스타트업으로 크지 않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에 지사를 두고 있었다. 그중 싱가포르 지사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운영하던 터였다.
레주메를 내고 열흘쯤 지났을까, W로부터 연락이 와, 이 회사에 근무하는 또 다른 후배 K를 소개해 주었다. K는 이 회사 아시아 비즈니스 책임자로 만약 이 회사에 근무하게 된다면 나의 Hiring manager가 될 사람이었다. W는 영업 능력을 갖춘 싱가포르 지사장을 현재 찾고 있다며, 나뿐 아니라 다른 후보자 하나도 진행되고 있다고 하였다. IT 경력이 없지만 내 경력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자리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근무가 끝난 후 저녁을 같이하는 자리로 K와의 만남이 성사되었다. K는 3년 후배로 처음 보는 친구였으나, K 와이프 역시 동문으로 내가 이끄는 동문 골프 모임에도 나온 적 있어, 알고 보면 전혀 초면은 아닌 사이였다. 나는 주로 어떤 회사인지, 회사의 경쟁력은 있는지,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지, 앞으로 회사의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다. 소주를 곁들여 뒤늦은 식사를 하면서 난 이 회사에 지원하기로 했다. K가 이야기하는 것 모두를 내가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최고의 직원만을 채용한다는 회사 운영 철학,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회사의 비전을 들어보았을 때 그야말로 ‘비전 있는 회사’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K와 나는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해 보기로 하고 그 식사 자리를 마무리하였다.
사실 이게 내게는 익숙한 상황은 아니다. 나는 지금껏 네트워크 활용을 약간은 꺼렸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산업군에서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로 일했기 때문에 동문과 접할 기회가 거의 없기도 했지만,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왠지 내 능력 대비 과한 대우를 받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분야를 또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가진 네트워크, 그것도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를 한 번 활용해 보기로 했다. 내가 분야는 다르지만 영업 전문가라는 자신감도 있었고, 최고의 직원만 채용한다는 그 회사에 나도 들어가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일반적 구직 과정과 달리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다거나, 급여가 높은 직장을 구하기보다 내 능력을 필요한 곳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