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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프리뷰

싱가포르 가면 어디에 살아야 할까?

by 정대표

와이프 hiring manager로부터 급여 외 relocation package에 대해 전달받고 나자 이제 싱가포르에서 살 집과 아이들 유치원을 결정하는 일을 할 차례였다. 프리뷰에 앞서 사전 조사를 했다.

우리 같은 expat들이 살 집은 주로 propertyguru라는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일단 가격에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사는 집 규모로 찾는다면 비싼 곳이 아니어도 최소 6,000 SGD 이상을 생각해야 하고 방 3개 30평대로 찾는다고 해도 최소 4,000 SGD는 줘야 와이프 직장이 멀지 않은 곳, 너무 오래되지 않은 콘도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유치원은 그보다 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한국 유치원에서 인당 37만 원에 9시~3시 반까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데, 싱가포르는 그 정도 수준의 유치원을 보내려면 인당 최소 1,500 SGD 이상, 그러니까 월 130만 원 정도는 생각해야 했다. 그렇다면 집과 유치원에 써야 할 비용만 최소 7,000 SGD, 즉 한국 돈 600만 원 이상이다.

이런 사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싱가포르 프리뷰를 떠났다. 첫날, Area orientation, 둘째 날, Condo viewing, 마지막 날 유치원 면담으로 일정을 잡았다. Area orientation은 주거 후보지들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와이프 회사 근처의 퀸즈타운,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부킷 티마, 상대적으로 콘도 가격이 저렴했던 웨스트코스트, Expat들이 선호한다는 홀랜드 빌리지와 노비나 등을 둘러보면서 지역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지역은 이유가 있는 거 같았다. 와이프 회사와 멀지만 홀랜드 빌리지나 노비나 지역은 살기 좋아 보였다.

둘째 날은 Condo viewing을 했는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Agent와 함께 우리가 요청했던 실제 매물 9개를 보러 다녔다. 역시 좋아 보이는 건 비쌌고, 지역은 좋은데 싼 물건은 싼 이유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지역인 리버 밸리에 80년대에 지은 콘도를 하나 봤는데, 현관문이 나무로 되어있는 것부터 놀랐다. 대체 이런 데 싸다고 해도 30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는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Condo viewing을 하면서 싱가포르 콘도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결국 와이프 회사에서 가까운 퀸즈타운 근처, 다소 연식은 됐지만, 주변 시설이 잘되어 있는 콘도 2~3개로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셋째 날은 아이들 다닐 유치원을 둘러보았다. 호주 사람이 원장으로 있는 유치원과 싱가포르 사람이 원장으로 있는 유치원 두 군데를 둘러보았다. 그 차이는 명확했는데, 아이들이 싱글리쉬에 노출이 더 많이 되느냐, 아니면 영국식 영어에 노출이 되느냐 차이였다. 그런데 가격은 참 천차만별이란 생각이 들었다. 싸게는 1,400 SGD에서 1,900 SGD 까지였는데, 1,900 SGD 짜리 유치원에 왜 더 500불을 더 줘야 하는지 난 그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번외로 이미 싱가포르에서 1년 정도 사는 내 후배를 만나 이야기도 듣고 후배가 사는 콘도도 방문할 수 있었다. 후배는 싱가포르 중심에서 북쪽으로 8킬로 정도 떨어진 Bishan 지역에 있는 5년 정도 된 비교적 새 콘도에 살고 있었다. 월세도 우리 예산 안에 있었고, 동네도 사람 사는 동네 같아 느낌이 참 좋았다. 집 바로 앞에 재래시장과 푸드 코트가 있어 편의시설도 잘 갖췄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단점은 와이프 직장까지 지하철도 한 번에 연결이 되지 않아 통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였다. 후배가 말하기를 ‘어차피 더워서 그랩을 많이 이용하게 돼요. 싱가포르에서 거리가 멀다고 해봐야 한국으로 치면 옆 동네나 다름없어요’라고 하면서, 이런 지역도 한 번 고려해보라고 권유하였다.

이번 프리뷰에서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는 주로 콘도를 찾아보고 와이프는 아이들 유치원을 살펴보았다. 프리뷰 전에 생각한 지역과 프리뷰 후에 잠정적으로 확정한 지역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야 준비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프리뷰를 통해 주거지 결정에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었다. 통근 시간에 우선을 둘지, 아이 학교에 초점을 맞출지, 또는 살 곳의 질이 중요한지 등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어떤 것이 우선인지 정해야 한다. 우리 같은 경우 일단은 통근 시간이 짧은 쪽을 택했다.

이렇게 프리뷰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정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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