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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Dec 22. 2020

싱가포르 살이의 장점

다양성, 편리성, 그리고 여유

이제 1년 가까이 싱가포르에서 지내다 보니 제법 장점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싱가포르에 살면서 느낀 장점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골프를 365일 칠 수 있다. 이건 아마추어 골퍼인 내게는 엄청난 혜택이 되겠다. 우기에 접어드는 12월이 되니 확실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도 느끼기도 해서 오전 라운드를 할 때는 그리 덥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해가 쨍쨍한 오후 라운드는 여전히 덥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11월만 되어도 추워서 라운드 하기 어려운데, 여기선 비가 유일한 변수일뿐, 1년 내내 라운드 하는데 지장이 없다.



2. 건강 관리가 편하다. 호흡기가 약한 나와 서은이에게는 좋은 환경이다. 사시사철 70~80% 습도가 호흡기에 주는 혜택을 십분 누리는 중이다. 환절기만 되면 감기에 걸렸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위생환경이 더 좋아진 탓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나나 서은이 모두 심하게 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 물론 습기로 인한 단점도 다소 존재한다. 옷, 이불, 신발, 전자제품 관리 까다롭고, 벌레가 많다. 개미와 도마뱀은 늘 우리와 함께 한다. 간혹 바퀴벌레가 나오긴 하지만, 관리를 잘하면 바퀴벌레는 퇴치 가능하다.



3. 차 없어도 살기 편하다. 처음에는 그 더운 나라에서 어떻게 걸어 다니나 걱정했다. 그런데 기우였다. 뚜벅이로 사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그랩 덕이 더 크다. 그랩과의 경쟁 덕에 택시도 그랩과 똑같은 방식으로 앱으로 잡아탈 수 있어 아주 편하다. 가격도 차 유지 비용 생각하면 아주 합리적이다. 대략 4 가족 기준 한 달에 800~900불 정도, 한화 70만 원 정도를 택시비 등 대중교통비로 지출을 한다. 만약 차를 구매해 운영을 한다면 최소 월 1500불 이상, 한화로 120만 원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4. 아이들 언어 교육에 좋다. 아이들이 처음엔 힘들어했다. 한글도 아직 떼지 못한 아이들이 영어와 중국어까지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서킷브레이커 기간 두 달을 제외하면 9개월 정도 유치원을 다녔고, 최근 1달간 영어 캠프를 보냈을 뿐인데, 이젠 제법 영어는 말문이 터진 것 같다. 유치원이나 학원에 가면 만나는 친구들이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어 아이들 스스로도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잘못하면 아이들 한국어 교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주말마다 토요 한글학교를 보내고 있으나, 한글에 노출되는 시간이 아무래도 부족한 건 사실이다.


5. 다양한 나라 음식을 맛보기 좋다. 호커 센터만 가도 말레이, 중국, 인도 음식 정도는 기본으로 있다. 나라는 작은데 음식의 다양성은 엄청나다. 나는 동남아시아 음식을 잘 먹는 편이고 맛도 있다고 생각해 가끔이지만 다양한 나라 음식을 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아이들도 다양한 음식에 잘 적응하는 것 같다. Fishball 국수 같은 건 아주 잘 먹고, 서은이는 중국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요우티아오도 아주 좋아한다.



6. 나라가 작아 이동 시간이 짧다. 비교적 중심지 근처에 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이 다니는 곳이라 봐야 반경 5킬로라 택시로 대부분 15분 이내 거리다. 비교하자면 분당에 살면서 분당 북쪽인 야탑동에 들렀다, 남쪽인 미금동에 가는 수준이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장점이었다. 통근시간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약속이 있어 시내에 나가더라도 이동시간이 대체로 30분에 불과해 아주 효율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회사도 집에서 싱가포르 기준으로는 엄청 먼 거리다. 무려 18킬로나 되는데 회사 셔틀버스로는 45분 정도, 택시로는 25분 정도 걸릴 뿐이다.



7. 마지막으로 한국 대비 삶이 확실히 덜 빡빡하다. 가족 중심으로 살아서 그런 건지, 출퇴근 시간 압박에서 벗어나 그런 건지, 아니면 한국보다는 좀 느린 문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유가 있다. 한국에서는 분주한 느낌이었는데, 일의 양과 관계없이 여기서는 분주함이 덜하다. 당장 한국에 돌아간다고 하면, 그 분주한 삶을 다시 살아야 할까 고민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여기에 싱가포르의 지리적 이점 역시 들어가야만 한다. 동남아시아에 있는 수많은 여행지를 갈 수 있는 최적의 위치가 싱가포르다. 게다가 많은 기업의 아시아 헤드쿼터가 위치해 있어 지인들의 방문도 잦은 곳이 싱가포르다.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한국을 그리워할 새 없이 주변국을 여행 다니고 한국에서 방문하는 많은 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가장 큰 이점을 누리고 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곧, 늦어도 2022년에는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에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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