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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Jan 30. 2021

연애, 결혼, 육아

세상이 바뀌어 가는지도 모른다

오늘 라운드에서 우연히 만난 D는 유럽 출신이었다. 내가 한국인이라 하자 본인도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도 있다면서 반가워했다. 그런데, 대뜸 ‘My kind of wife is Korean’이라길래,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정식 결혼은 아니고 동거 형태로 살고 있다고 하더라. 한국에서 결혼은 ‘Big Thing”이 아니 나면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덧붙였다. 전세 제도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 보면 대략 한국의 결혼이 어떤 식인지 아는 눈치였다. 어쩌다 한국은 결혼이 어려운 나라가 되었을까...



우리나라에서만 결혼이 큰 일은 아닐 거다. 연애와 동거 혹은 결혼, 그리고 육아는 굉장히 다르다. 내 지인 중 하나는 그런 이야기도 하더라. 연애를 하고 싶은 남자와 같이 살거나 혹은 결혼을 할 남자는 다른 것 같다고. 연애는 너무 좋지만 결혼하면 힘들 것 같은 남자도 있는 반면에 연애는 조금 지루할 수 있어도 같이 살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 좋겠다 싶은 남자도 있다는 뜻이겠다. 나는 연애와 결혼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만나 잘 살고 있지만, 난 운이 좋은 것이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특히 결혼과 육아는 매우 다르다. 차원이 다른 일이다. 결혼과 달리 육아에는 희생이 필요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해볼 만한 일이다.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큰 경험이기 때문이다. 자식을 낳아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든가 혹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기쁨이 너무 커서 키우는 고생은 금방 잊는다는 말은 못 하겠다. 자식을 낳아 기르지만 아직도 완전히 어른이 된 것 같지 않고, 육아의 기쁨도 크지만 육아에 지칠 때면 그 괴로움도 무척 크다.



재정적, 정신적 준비가 되었을 때 아이를 가지는 게 좋긴 하겠다는 생각은 해봤다. 우리 부부는 둘 모두 회사에서 ‘부장’ 직급이 되었을 때 아이를 낳았다. 육체적으로야 20~30대 젊은 아빠 엄마에 비해 딸리지만, 정신적으로는 40대 아빠 엄마가 더 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육아를 도와줄 ‘이모’를 고용하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없었던 것도 꽤 도움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연애하고 결혼하고 그리고 아이를 낳아 사는 게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이었는데, 왜 이리 힘들어졌을까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안타까울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세상이 바뀌니 예전에는 당연한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된 한 가지 예시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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