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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Feb 10. 2021

다정한 아빠 되기

그간 살면서 겉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믿고 살았다. 딱딱해 보이는 내 인상 때문에 사람들이 처음에는 다가오기 어려워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내 '진면목'을 발견하고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는 경우가 참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는 이런 내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와이프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뭐 안 좋은 일 있어?'라고 묻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더 크게 자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들 야단을 치면 워낙에 크고 간혹 날카롭게도 느껴지는 내 목소리에 아이들이 쉽게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가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즉각 상황이 달라졌다. 일단 목소리를 크게 낼 일이 없었다. 아니, 예전 같으면 큰 소리를 내야 할 일에도 큰 목소리로 반응하지 않게 됐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 자체가 바뀐 것 같다. 마치 내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썼다가 내 눈에 맞는 안경으로 바꿔 쓴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은 패턴이 있다. 놀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 있다고 하자. 식사 시간이 되었다. 부모는 이야기한다. '얘들아 밥 먹자~' 아이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또 한 번 큰 소리로 이야기한다. '얘들아 밥 먹자~' 하면 '잠깐만요~'라고 답을 하면 그래도 낫다. 보통은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제 슬 부모도 화가 난다.


밥 먹으라니깐!!!


새로운 안경으로 바꿔 끼고 나서는 이렇다. 아이들 앞으로 가서 가장 다정한 말투로 '밥 먹자~ 그래야 쑥쑥 크고 빨리 아빠처럼 키 커지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보통은 '잠깐만요'라고 답은 하기 마련이다. 그럼 잠시 시간을 아이들에게 준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오지 않으면 다시 아이들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안아줄까? 같이 가자~' 하면 보통은 따라나선다. 그러나 밥을 먹어야 할 상황이 아니라 시간에 맞춰 유치원이라도 가야 할 상황이라 즉각 아이들이 행동을 취해야 한다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현관까지 아빠랑 경주할까? 누가 먼저 가나? 아빠 간다~~~~




아이들은 즐거워하며 현관으로 달려간다.



다른 사람에게 딱딱해 보이는 사람인 건 솔직히 편할 때도 많다.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까지, 가족에게까지 딱딱한 사람이 되는 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본성대로 사는 게 좋다고 믿고 살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부모가 되고자 결심을 하고 나니, 내 본성도 조금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실제로 조금만 생각을 바꾸니 되더라. 내 가슴 안에도 다정함은 있었다. 그걸 꺼내 쓸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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