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대표 Jun 25. 2021

싱가포르 생활 이모저모 2

답답한 면도 있지만 살만한 나라 싱가포르

최근에 싱가포르에서 경험하고 깨달은 점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오늘은 먼저 차 이야기로 시작해야겠다.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하는 자가용


말도 안 되게 비싼 자가용이라 너무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게 불과 서너 달 전이다. 그러나 차를 빌려 1달 가까이 차를 가지고 생활해 본 결과, 일찍 사지 않을 걸 후회할 정도로 좋다. 도로에 차가 별로 없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한국으로 치면 광역시보다 규모가 작은 인구 50만~100만 정도 도시의 교통량 정도라 보면 될 거 같다. 평소에 차가 밀려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게다가 우리 가족이 이동하는 동선이라고 해봐야 반경 5킬로 이내, 즉 차로 10분 거리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한국에서 악명 높은 테헤란로를 출퇴근 시간에 지나간다고 생각하면 5킬로도 멀지만, 이곳에서 5킬로는 딱 10분 거리다. 즐겨 다니는 골프장이 집에서 20킬로 정도 거리인데 도시고속도로가 잘 되어 있어 보통 20~25분이면 도착을 한다. 분당에서 강남까지 거리가 대략 20킬로 정도다. 출퇴근에 1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냈던 걸 생각하면 이런 호강이 따로 없다. 물론 차가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다. 우리도 그렇게 1년 반을 살았다. 일단 차를 사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대비 2~3배는 더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비용을 잘 따져보고 차를 사도 좋겠다. 차를 사니 아이들의 짜증이 줄었다. 얘들도 더운 날씨에 택시를 기다리는 게 즐겁지는 않아나 보다. 게다가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 차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어서 좋다고 한다. 아무리 습관이 됐다지만 마스크를 쓰는 게 애들도 답답했던 모양이다.

싱가포르에서 자동차는 사치품이다


혜택이 많은 신용 카드


인구 5백만 남짓한 나라에 신용 카드 종류는 한국 뺨칠 정도로 많고, 혜택도 다양해 놀랐다. 워낙에 체크카드로만 생활하다 캐시백을 해주는 카드를 발급받아 1년 넘게 생활해 왔다. 최근에 차에 기름을 넣을 일이 생기면서 주유 혜택이 있는 카드를 알아보니, 한국보다 혜택은 더 많으면서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에 발급받은 카드는 HSBC 은행에서 발급하는 카드인데, 카드 가맹점에서 월 700불 이상만 사용하면 주유, 마트, 식당에서 사용한 금액의 5%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 주유는 17%나 할인을 해준다. 물론 월 80불 한도에서 캐시백이 되긴 하지만 2년간은 연회비가 없다. 마음먹고 체리피킹을 하려고 하면 마음껏 할 수 있는 셈이다. 그 외에도 한국처럼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카드도 있는데, 지금 내가 가진 마일리지도 사용하지 못하는 처지이니 눈이 가지는 않았다. 연회비는 어지간한 경우 아니면 내지 않는 거 같다. 전화 한 통이면 연회비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덥지만 참을 만큼 더운 날씨


당연하지만 싱가포르는 덥다. 연중 한국의 여름 날씨로 대략 25~33도 정도의 날씨를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비도 상당히 오는 편이라 습도도 70~80%대로 늘 높다. 그런데 이제 1년 반 정도 지내보니 덥지만 그런대로 살만한 정도의 더위다. 5~6월이 꽤 더운 편이라 낮에는 에어컨을 켜고 지내야 하지만, 밤에 바람이라도 불면 습기는 있지만 나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에어컨을 끄고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이곳의 겨울에 해당하는 11월 ~ 2월 사이에는 밤 기온이 제법 쌀쌀할 정도다. 22~23도까지 밤에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창문을 닫고 이불을 꼭 덮고 자야 한다. 적도의 나라라고 무시했다가는 감기 걸리기 십상이다. 물론 해가 내리쬐는 낮에 활동하기 좋은 기온은 아니다. 오전에 라운드를 시작해 11시가 넘어가면 그야말로 뙤약볕이다. 거기에 습도까지 가세하면 28~29도에 불과한데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 걸 막을 수는 없다. 해는 얼마나 뜨거운지, 반바지 입고 라운드를 하는 날에는 양말 자국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금세 살이 검게 탄다. 그럼에도,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어주면 그런대로 견딜만한 날씨가 된다.

저녁 6시 무렵, 바람이 불면 산책하기 좋다


답답하리만큼 엄격한 방역 정책


법 집행이 엄격하고 무관용을 펼치는 나라라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나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이런 엄격한 법집행을 경험해 볼 일은 없으나, 코로나가 발생하고는 법집행이 엄격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답답할 만큼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정책을 펼친다. 최근 인도 변이 바이러스로 0에 수렴하던 확진자가 10명 이상으로 올라가자 즉각 1달간 락다운에 가까운 조치를 내리면서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을 14일에서 21일로 늘렸다. 그리고는 며칠 지나지 않아 외국인 해외 입국까지 아예 막아버렸다.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입국 허가를 받아놓고도 취소되어 들어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고, 언제 들어올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런 엄격한 조치가 안전한 것임에는 분명 하나, 이게 과연 옳은 조치인지, 혹시 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3주로 격리 기간을 늘려놓고도, 입국 허가를 내준 사람까지 소급해서 취소해 버리는 건 과한 조치라고 본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엄격한 정책 덕을 보지 않았다고 하진 못한다. 나와 와이프는 벌써 백신을 맞았고,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를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오늘 반가운 뉴스가 나왔다. 8월 즈음에 코로나 억제를 잘하고 있는 몇몇 나라 하고 싱가포르 정부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트래블 버블과 같은 조약을 맺을 모양인 듯하다. 그 나라 중에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 들어갈 때도 직계 가족 방문 목적으로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으니, 이 뉴스가 현실이 되면 격리 걱정 없이 한국에 방문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