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멘토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by 정대표

최근에 와이프가 생애 처음 골프 라운드를 했습니다. 와이프 같은 초보를 도와줄 캐디가 있는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에는 캐디가 없어 제가 따라다니며 와이프를 도와주었습니다. 결과와 관계없이 스윙이 좋았다고 칭찬하고, 정말 와이프가 잘 친 공을 보고는 환호성도 질렀습니다. 첫 라운드의 조력자 역할뿐 아니라 치어리더 같은 역할도 한 것이지요. 어차피 첫 라운드에 공이 제대로 맞을 리 없습니다. 앞뒤 팀 진행 상황을 봐서 몇 번을 쳐도 제대로 공이 안 맞을 때는 공을 그린으로 가져오게 해 퍼팅을 하게끔 했습니다. 실제 몇 개를 쳤느냐보다, 부부가 같이 골프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와이프나 저나 골프 선수는 아니니까요. 이렇게 처음 몇 홀에서는 매샷 따라다니며 어디를 보고 어드레스 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스윙해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 후반부터는 티샷과 퍼팅 정도만 봐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치도록 했습니다. 무척 빨리 적응하더군요.


연습장에서만 공을 쳐보던 사람이 처음 라운드를 나오면 이렇듯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긴장을 많이 하는 탓에 연습장과 달리 제대로 맞는 공은 없고, 내가 치는 걸 보고 있는 동반자도 신경 쓰입니다. 혹시라도 너무 지체되면 뒷팀 눈치도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처음 라운드를 하는 사람은 동반자가 일일이 봐주고 도와줘야 합니다. 마치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막연하기 십상입니다. 일하기 전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나름대로의 경험을 쌓긴 하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과 다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 좋은 멘토를 만나는 건 큰 도움이 됩니다. 마치 제가 와이프 첫 라운드에 조력자가 되었듯이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줄 사람 말이지요.



그래서 전 오늘 내게 어떤 멘토가 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먼저 첫 직장에서 만난 제 사수, H님이 생각납니다. 이분과 6개월 남짓 일을 같이 했는데, 너무 아쉬움이 큽니다. 조금 더 같이 했더라면 내 커리어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그다음 멘토로는 T님이 생각납니다. 사실 이 분과는 같이 일했던 기간에 배웠던 것보다 그 회사를 떠나 그분에게 배웠던 것이 큽니다. 직접적인 어떤 경험을 전달받았다기보다, 힘든 일 있을 때 그냥 털어놓을 수 있는 분입니다. 지금도 가끔 연락을 드려 안부를 묻곤 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친척 어른인 L님입니다. 커리어 전반에 대해 많은 조언을 듣곤 했습니다. 한 회사에서 오래 계셨던 분이라 저랑은 커리어를 보는 관점이 다르긴 하지만, 늘 기본을 제게 일깨워주셔서 도움이 됐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현 직장 G님입니다. 이 분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맡을 수 있게 아주 큰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아직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고, 간혹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뿐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멘토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럼 어떤 분을 멘토로 삼아야 할까요? 제 나름대로의 기준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전달해도 좋을 분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람 간의 케미스트리도 중요합니다. 좋은 분이지만 왠지 나와 잘 맞지 않는 분도 있거든요. 두 번째로 경청 능력이 있는 분을 멘토로 삼아야 합니다. 말을 잘하는 분을 멘토로 삼아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멘토는 잘 들어야 합니다. 잘 듣지 않고 말을 많이 하다가는 소위 ‘라테’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런 멘토는 피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인격적으로 존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 멘토 네 분 모두 제가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이런 존경 없이 멘토-멘티 관계가 유지되긴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멘티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응원해주시는 분이어야 합니다.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은 멘토가 아니어도 많습니다. 멘티가 잘하고 있는 일, 그리고 멘티의 장점을 정확히 봐줄 수 있는 분이 필요합니다.



전 훌륭한 멘토를 네 분이나 두어 운이 좋다 생각합니다. 이 분들 외에도 도움을 주셨던 분은 많습니다만, 아직도 제가 멘토로 여기는 분들은 이 분들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멘토는 어떤 분인가요?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그분을 멘토로 삼으셨는지가 궁금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직장생활의 단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