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7일 격리를 마치고 며칠이 지났다. 한국 다녀온 게 잠시 꿈을 꾼 듯하다. 언제 양가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친척 어른을 만났는지, 또 언제 동문을 만나 라운드를 하고, 담소를 나눴는지 옛이야기 같다. 아무리 짧다고는 하지만 7일 격리, 쉽지는 않았다. 헬퍼 도움 없이 일하면서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을 챙기는 게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에 걸친 검사 음성이 나오고, 드디어 외출이 허락된 날 서은이를 데리고 서브웨이에 갔다. 외출 겸 아이 점심 겸 서은이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먹고, 김치 담글 재료를 사 집에 돌아왔다. 몇 개 콜을 하고, 저녁에 먹을 겉절이를 담갔다. 어머니 조언대로 사과 대신 바나나를 갈아 넣었는데, 너무 많이 넣어서 바나나맛 김치가 될 위기, 급한 대로 작은 사과 두 개를 갈아 넣어 하루 묵히니 제법 괜찮은 겉절이가 되었다.
와이프와 잠시 외출도 했다. 둘이 함께 골프 연습을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락사를 먹으러 갔는데 유명하다는 카통 락사보다 맛이 좋았다. 저녁 후 집에 그냥 돌아오기 심심해 이케아에 들러 약간 더 두꺼운 이불을 샀다. 이곳 날씨에 적응이 다 되어 그런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 평소보다 선선한 날에는 이불을 꼭 덮고 자야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내 개인적 일상은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회사일은 그렇지 않다. 최근 지역 본부, 즉 클러스터를 해체하는 조직 변경을 단행해 VP급까지 조직이 확정되었다. 그 아래는 11월은 돼야 발표가 된다고 하고, 이 조직 변경이 마무리되려면 내년 초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사정이니 나처럼 클러스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비즈니스에 즉각 영향이 있는 일 외에는 일을 멈춘 상태다. 나 역시 최근까지 경쟁사 리서치와 3분기 경쟁사 현황 정리를 마치고는, 11월 중 진행할 트레이닝 하나에 신경을 쓸 뿐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어제 내가 속한 조직의 수장 역시 비즈니스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일 말고는 하지 말라고 가이드를 내렸다.
나 역시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 보고 행동에 옮길 때 같다. 이 회사에서 이미 5년의 시간을 보냈다. 내 커리어 상 2번째로 오래 다닌 회사다. 내년 내 모습은 어떨지, 또 내게 어떤 기회가 올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내가 원하는 변화를 맞기 위해서라도 꿈같던 한국 방문은 이제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내 앞에 닥친 문제를 고민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