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도전을 해야 할까?

3년 뒤 내 모습이 궁금하다

by 정대표

한국 방문했을 때 일이다. 노안이 내게도 왔다고 생각은 했지만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친구의 돋보기안경을 써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글씨가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이튿날 안경점에 방문했다. ‘돋보기안경 맞추러 왔어요.’라 하니 안경점 사장님이 놀라며 말한다. ‘누구 거요?’ ‘제 거요.’ 아마 돋보기안경을 쓸 정도로 나이로는 보이지 않았겠지. 아니면 나처럼 약간의 노안을 가진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돋보기안경을 맞추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맞춘 돋보기안경을 요즘 너무 잘 쓰고 있다. 휴대폰을 볼 때는 물론이고 랩탑으로 일을 할 때도 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안경을 쓰고 있다. 평생 안경이라고는 써보지 않은 사람이 불편할 법도 한데, 안경이 있어야 잘 보이니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


결혼생활 10년 만에 쌍둥이를 얻고 난 사건 이후, 내 개인사에서 돋보기안경을 맞춘 건 꽤 큰 사건이다. 이제 ‘늙음’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내 생각과 마음은 늙음을 인정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또 다른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자꾸만 들기 때문이다. 우선 주변 환경이 날 가만두지 않는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 같은, 굉장히 안정적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글로벌 점유율이 60%가 넘는 우리 회사가 조직 변경을 단행했다. 나까지 일자리를 잃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는 하지만, 부사장급은 30%가 회사를 떠나고 전무급은 15%가 회사를 떠난다. 내가 아는 한 조직 변경으로 인해 이런 식으로 자리가 없어진 경영진 퇴사를 바로 발표하는 건 우리 회사 창사 이래 처음이다. 아직 그 아래 인사 발표가 있을 예정인데, 상무급은 5~10%, 그 이하는 5% 미만이 회사를 떠날지도 모른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가정생활과 회사 생활을 충실히 해도 남는 시간과 에너지가 있어서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그리고 해외 이주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는 것뿐 아니라 개인적인 약속으로 소비되는 시간도 없어졌다. 그 남는 시간을 골프로 채우고 있었는데, 취미로 즐기는 골퍼로서 목표를 이뤘다. 싱글도 아니고 언더파를 쳤는데 뭘 더 목표로 삼겠는가. 앞으로 라운드도 하고 연습도 하겠지만, 열정은 예전만 하지 못할 거다. 주변에서는 더 높은 목표, 예를 들어 티칭 프로 자격 획득 같은 걸 도전하라 하는데, 그걸 내가 원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 보류 상태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일단 내가 흥미를 지속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지난 10년 동안 흥미를 계속 가질 수 있었던 건 골프가 유일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 그 끝을 봤다. 그다음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게 아직은 없다. 그래도 약간의 흥미를 끄는 건 있는 편이라 조금 더 들여다보면서 내 흥미가 지속되는지 관찰하려 한다. 또 커리어 측면에서 무엇을 성취하려고 해야 할까도 고민해 봐야 한다. 일단 조직 변경 완료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현 직장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다시 회사가 안정이 되면, 내가 어떤 일을 어디서 하는 게 좋을지 결정하려 한다. 성장 동력인 아시아를 커버하는 일은 분명 도전적이면서 멋진 일이다. 이런 비슷한 일을 할지, 아니면 다시 세일즈로 갈 지도 생각해 봐야겠다. 그러나 내가 타고난 세일즈라기보다 내외부 고객의 인게이지먼트에 능력이 있고, 문제 중심으로 팀을 꾸려 잘 이끌어나가는 편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지금 하는 일도 내게 잘 맞는 게 아닌가도 싶다. 다만 지금보다는 더 비즈니스 문제에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즉 전략 수립에 가까운 일보다는 전략을 실행하는 쪽에 가까운 일이 내게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가 보니 3년 뒤 내 모습이 아니라 당장 2022년 내 모습이 어떠할지 궁금해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해외 생활을 시작했던 것처럼 2022년도 어쩌면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난 그 변화가 두렵기보다 설렌다. 그 변화가 내 스스로 일으키지 않는 것일지라 하더라도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변화에 도전하면서 적응할 준비는 되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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