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한국까지
몇 주간 준비했던 여행이었다. 얼마 전에도 밝혔듯이 꽤 많은 서류와 허가가 필요했다. 한국으로 들어갈 때는 자가격리 면제 허가를 받아야 했고,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길에는 입국 허가를 미리 받아야 했다. 한국 입국 자가격리 면제 허가는 적합한 서류만 갖춘다면 큰 문제없이 받을 수 있지만, 싱가포르 입국은 그렇지 않았다. 서둘러 회사 인사팀을 통해 신청했으나 원하는 귀국 날짜에 허가받지 못했다. 비행기 일정을 며칠 늦춰 간신히 허가받았다. 그래도 우리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매번 입국허가를 받는데 실패하는 사람도 꽤 된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도 싶은데, 싱가포르 정부는 역시 까다롭다.
이런저런 허가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은 것과는 다르게 한국으로 들어오는 길은 쾌적했다. 공항에도 비행기에도 사람을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 예전이라면 복잡했을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텅 비었고, 한국행 비행기 역시 뜨문뜨문 자리에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비행편수도 적은 지 이륙과 착륙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때문에 5시간 반이 예정되어있던 비행은 5시간 만에 끝이나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면 방역과 입국심사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검역관은 자가격리 면제 서류와 백신 접종 서류를 확인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다른 담당자가 자가격리 앱 설치를 확인했다. 출국장을 나와서는 우리 가족이 적절한 서류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확인받았다. 이런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나오니 착륙시간보다 1시간 뒤였다.
바로 거주지 보건소로 향했다. 역시 서울은 차가 많다. 한가롭기 그지없는 싱가포르에서 운전하다 강변북로에 꽉 들어찬 걸 목격하자 한국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싱가포르로 이주한 지 1년 반 정도 지났을 뿐인데도 신차도 꽤 보였다. 1시간 반 만에 보건소에 도착, 우리 가족 모두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검사 경험이 꽤 있는 우리 한 아이가 검사 전부터 울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에서도 두 번이나 코로나 검사를 받았던 아이인데 그게 좋지 않은 기억이었던 모양이다. 한참을 울어 진정시키니 우리가 지낼 거주지에 도착을 했다.
낮에는 그래도 싱가포르와 비슷한 기온과 습도를 느낄 수 있었는데 저녁이 되니 싱가포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선선함이 느껴졌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필요 없는 날씨다. 다만 공기는 좋지 않은 게 느껴진다. 얼마 전까지 동풍이 불었다던데 서풍으로 바뀐 모양이다. 식사를 하고 지인들에게 도착 신고를 했다. 다들 역시나 반겨준다. 코로나로 큰 모임은 가질 수 없어 아쉽다. 그래도 소규모로 차 한잔이나 식사는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 거주지를 벗어나 활동이 가능하다. 6~7일 후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코로나 검사는 이게 끝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돌아가기 위해 한 번 더, 그리고 싱가포르 도착해서도 2번을 더 받아야 한다. 언제부터 이런 검사가 여행의 필수조건이 되었을까 싶지만 이런 불편함에도 여행이 참 값지게 느껴진다. 앞으로 몇 주의 시간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