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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Sep 04. 2021

한국 방문기 - 1주 차

너무 좋다, 정말 너무 좋다

코로나를 뚫고 방문한 한국, 일단 날씨가 너무 좋다. 방문 초기에 비가 꽤 왔고, 며칠 이어지던 비가 그치고 나서는 낮에 조금 덥긴 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함이 느껴졌다. 늘 습도가 높아 텁텁한 싱가포르와는 차이가 컸다. 때문에 사람들 옷차람도 제각각이다. 아직 반바지 반팔 차림도 보이고, 얇은 외투를 걸친 사람도 보인다. 365일 한결같은 한여름 날씨에 살다온 나로서는 이 정도 날씨라면 뜨거운 커피를 마셔도 좋을 날씨. 덕분에 이곳에 와서 따뜻한 '바닐라 라테’를 마실 수 있어 좋다. 싱가포르에서는 에어컨을 켜고 마셔야 땀이 나지 않는다.



사람이 많이 다닌다. 싱가포르와 서울은 인구부터 큰 차이가 나긴 한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보고 놀랐다. 퇴근 시간 바로 전인데도, 옆사람과 바짝 붙어 타야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물론 구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주로 타는 라인에서는 옆 사람하고 바짝 붙어 탈 일은 출퇴근 시간이라도 없다. 이런데도 확진자 수가 서울 경기 합쳐 1천 명 정도 나오는 건 기적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고 백신 접종률이 80%인 싱가포르도 매일 2백 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


음식이 맛있다. 당연히 한국 사람이니 그럴 것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아니다. 아이들 역시 숟가락과 젓가락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할머니 음식이 맛있긴  , 매끼  그릇씩 밥을 비워 놀랐다. 나는 지인과 식사를 했다. 모두 너무 맛있게 먹었다. 한우는 역시 최고고, 장어 역시 싱가포르에서는 좋은 것을 맛보기 어렵다. 한국식 회도 싱가포르에서 맛볼  있긴 하지만 현지산(?) 비할  못된다. 과식을 했는지 아침까지는 먹지 못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거나    정도로 아침을 때운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이야기할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이주하자마자 맞이한 코로나로 사람을 많이 사귀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가 없었다고 해도 한국에서 이어온 인연보다 더 진한 인연을 타국에서 만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더 좋았던 건 가까운 지인과의 만남에서는 서로 보지 못한 2년의 세월의 벽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2년은, 그간 쌓아온 시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불과 두세 달 전 만난 것처럼, 늘 곁에 가까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으로 지인과 어울릴 수 있었다.


약간의 결핍이 느껴지는 싱가포르에 살다 한국에 오니 모든 게 좋아 보이는 점도 있을 거다. 하다못해 한국어로 편하게 의사소통이 되는 것도 기분이 좋을 정도니 말이다. 이렇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너무 좋지만 싱가포르 상황이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야만 한다. 몇 달 전처럼 싱가포르 입국허가를 받아놓고도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또 벌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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