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다, 정말 너무 좋다
코로나를 뚫고 방문한 한국, 일단 날씨가 너무 좋다. 방문 초기에 비가 꽤 왔고, 며칠 이어지던 비가 그치고 나서는 낮에 조금 덥긴 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함이 느껴졌다. 늘 습도가 높아 텁텁한 싱가포르와는 차이가 컸다. 때문에 사람들 옷차람도 제각각이다. 아직 반바지 반팔 차림도 보이고, 얇은 외투를 걸친 사람도 보인다. 365일 한결같은 한여름 날씨에 살다온 나로서는 이 정도 날씨라면 뜨거운 커피를 마셔도 좋을 날씨. 덕분에 이곳에 와서 따뜻한 '바닐라 라테’를 마실 수 있어 좋다. 싱가포르에서는 에어컨을 켜고 마셔야 땀이 나지 않는다.
사람이 많이 다닌다. 싱가포르와 서울은 인구부터 큰 차이가 나긴 한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보고 놀랐다. 퇴근 시간 바로 전인데도, 옆사람과 바짝 붙어 타야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물론 구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주로 타는 라인에서는 옆 사람하고 바짝 붙어 탈 일은 출퇴근 시간이라도 없다. 이런데도 확진자 수가 서울 경기 합쳐 1천 명 정도 나오는 건 기적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고 백신 접종률이 80%인 싱가포르도 매일 2백 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
음식이 맛있다. 당연히 한국 사람이니 그럴 것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다. 아이들 역시 숟가락과 젓가락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할머니 음식이 맛있긴 한 지, 매끼 두 그릇씩 밥을 비워 놀랐다. 나는 지인과 식사를 했다. 모두 너무 맛있게 먹었다. 한우는 역시 최고고, 장어 역시 싱가포르에서는 좋은 것을 맛보기 어렵다. 한국식 회도 싱가포르에서 맛볼 수 있긴 하지만 현지산(?)에 비할 건 못된다. 과식을 했는지 아침까지는 먹지 못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거나 물 한 잔 정도로 아침을 때운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이야기할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이주하자마자 맞이한 코로나로 사람을 많이 사귀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가 없었다고 해도 한국에서 이어온 인연보다 더 진한 인연을 타국에서 만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더 좋았던 건 가까운 지인과의 만남에서는 서로 보지 못한 2년의 세월의 벽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2년은, 그간 쌓아온 시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불과 두세 달 전 만난 것처럼, 늘 곁에 가까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으로 지인과 어울릴 수 있었다.
약간의 결핍이 느껴지는 싱가포르에 살다 한국에 오니 모든 게 좋아 보이는 점도 있을 거다. 하다못해 한국어로 편하게 의사소통이 되는 것도 기분이 좋을 정도니 말이다. 이렇게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너무 좋지만 싱가포르 상황이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야만 한다. 몇 달 전처럼 싱가포르 입국허가를 받아놓고도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또 벌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