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좋은 일만 생기란 법은 없는 법...
2년 전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사 오고, 사실상 처음 싱가포르 내에서 이사를 해보았다. 아무래도 손이 빠른 한국에 비해 문제가 좀 있을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결론적으로 이사 업체는 할 일을 잘해주었다. 한국 포장 이사처럼 Packing과 Unpacking 서비스를 모두 이용했는데,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두 가지 작은 소동이 있었다.
첫 번째는 갑자기 인터넷 설치가 안 된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설치 기사가 코로나 확진인 데다가, 이런 상황을 대비한 백업 기사 역시 없어 무려 5일 뒤인 다음 주 수요일에나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상황을 물론 이해하지만, 도저히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10분간이나 정말 '화나서' 난리를 쳤다. 오늘 안 되면 내일이라도 꼭 해라, 안 그러면 우리 재택이라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랬더니 '약속은 하지 못하지만 다음 주 수요일 전에 캔슬된 약속이 있으면 연결해 주겠다'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수요일로 설치를 미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렇게 전화를 끊고 1분도 되지 않아 다시 전화가 와, 다음 주 월요일 설치를 해주겠단다.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건가. 이런 일로 열 내는 것 싫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이렇게 강력하게 어필을 하면 뭔가 되는 일이 제법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던 셈이다.
두 번째는, 자기 방을 보더니 헬퍼가 그만두겠단다. 불과 얼마 전에 재계약을 했는데 말이다. 이사한 집 헬퍼 룸이 지내기 적합하지 않다며 이곳에서 못 지내겠단다. 그럼 여기 사는 수많은 헬퍼는 다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지? 요즘같이 지내시는 장모님도 황당하시고, 나나 와이프도 마찬가지. 이유를 찾자면 예전에 지내던 헬퍼 룸은 창문이 있고, 지금 이사 온 곳에는 창문이 없다. 하지만, 방 바로 건너편에 널찍한 창문이 있고, 본인 화장실도 더 넓어져서 본인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역시 전에 살던 곳보다 더 넓다. 따라서 그런 것들을 활용할 생각을 하면 좋겠으나, 역시 이 친구에게는 무리인가 보다. 와이프도 정이 다 떨어졌단다. 참고로 이야기하면 일반적으로 콘도에 있는 헬퍼 룸에는 창문이 거의 대부분 없다.
와이프도 내일 당장 헬퍼 알아보기 시작한다고 한다. 사실 이 친구 예전에도 한 번 다짜고짜 트랜스퍼시켜 달라 해서 한 번 붙잡아 뒀었는데, 결국 이렇게 헤어질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역시 좋은 일만 생기란 법이 없다. 전보다 더 환경이 좋은 콘도로 이사 왔고, 내가 기다리고 애써왔던 것들이 이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와중에 이런 작은 소동은 생기기는 건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다. 작은 소란으로 조금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생기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