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집으로 이사한 지도 이제 2주가 지났다. 새로운 곳에서 지낸 지 겨우 2주지만, 벌써부터 굉장히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어 이야기해 보려 한다.
1. 쾌적한 환경
기존에 지내던 곳은 지하철 바로 옆 고층 콘도였다. 지하철 소리가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들리는 데다가 우리 콘도 바로 앞에는 새로운 콘도가 지어지고 있어 소음이 만만치 않았다. 새롭게 온 이곳 콘도에서는 차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다. 대신 새소리가 들린다. 집에서 새소리를 듣다니! 게다가 기존에 지내던 곳보다 기온도 살짝 낮다. 콘도와 풀이 바로 붙어있고 콘도 뒤편으로 작은 언덕이 있고, 수풀이 우거져 있어 그런 것 같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 밤에 창문만 열고 자면 아주 쾌적하다. 사는 곳이 3층이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참 좋다. 땅과 가까이 있어 그런지 안정감도 느낀다.
2. 넓은 테라스
처음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에 놀러 오면 야외에서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 것을 보면 낯설었다. 그 더운 날씨에 왜 에어컨 아래가 아닌 더운 야외에서 그래야 할까 싶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살살 바람이 부는 그늘 아래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게 너무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도 천장에 Fan을 켜 두고 테라스에 마련한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해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11시 전까지는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면서 야외에 앉아 있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넓은 테라스를 이용해 무엇인가 하고 싶어서 이 집을 선택했는데, 정말 잘한 선택 같다.
3. 전용 엘리베이터 (Private Elevator)
내가 사는 동에는 한 층에 3집이 있고, 2~10층까지 모두 27세대가 산다. 엘리베이터가 3대가 있는데, 그중 한대는 각 집으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다. 전에 살던 세입자는 카드키로 작동시켜야 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막상 이사 와서 사용해 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호텔에서처럼 카드키로 엘리베이터 패드를 터치하고 내가 사는 층을 누르면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바로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밖으로 나갈 때는 더 편하다. 간혹 다른 층에 사는 사람을 마주치기도 하지만, 아침 시간 외에는 거의 그럴 일이 없다.
4. 지하주차장
차가 콘도 지상으로 다니지 않아 좋다. 덕분에 콘도가 전체적으로 조용한 것도 있고, 아이들 안전에도 좋다. 더 좋은 건 비가 매우 잦은 싱가포르에서 차를 타고 내릴 때 우산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몇 달 전 집을 보러 다닐 때 마음에 들었던 콘도가 있었는데, 주차장이 모두 지상 주차장이어서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차 위에는 쉘터가 있긴 하지만, 주차장에서 사는 곳까지 수십 미터를 걸어가야 해서 우산이 필요했다. 홀딱 젖을 만큼 강한 비가 잦은 싱가포르라 지하 주차장, 적어도 차를 대고 우산 없이 집에 도달할 수 있는 주차장의 유무는 중요하다.
5. 기타
지은 지 20년이 넘은 예전 콘도보다 비교적 새 콘도인 것도 좋다. 아무래도 수리할 곳이 적고, 신경이 덜 쓰인다. 그럼에도 10군데 넘게 손을 봐야 하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기존에 살던 곳은 수도꼭지 문제, 천정 누수, 에어컨 노후, 현관문 손잡이와 방문 손잡이 고장 등 살면서 불편을 많이 느꼈는데, 지금 콘도는 좌변기 문제 하나 말고는 큰 문제가 없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이 정도로 새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더 만족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또, 애초에 아이들 학교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가려고 했던 목표도 어느 정도는 이뤘다. 예전 집에서는 아이들 학교를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면 1시간이 넘게 시간을 써야 했는데 지금은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데리러 갈 때는 시간이 더 적게 걸린다. 왕복 25분 정도면 아이들을 픽업해서 집으로 데려올 수 있다.
만족스럽게 새 집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어 행복하다. 이곳에 살면서 가족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