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퇴사

by 정대표

"일은 충실히 하되, 완벽을 추구하진 않는다. 사표는 던지지 않았지만, 회사의 평가·경쟁과는 결별했다. 회사가 내게 제공한 것 이상을 되돌려줄 생각이 없으며, 조직에서 더 나은 지위·조건을 얻으려 애쓰지 않는다." 얼마 전 신문 지상에 나왔던 글이다.



이 '조용한 퇴사'라는 게 나한테는 그렇게 낯설지 않다. 과거 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 초년생 때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무엇인가 바꿀 수 있고,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더 나은 지위와 조건을 얻으려 애쓰는 게 적어도 큰 조직 내에서는 ROI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완벽한 직장인이 되려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다 부질없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회사의 평가·경쟁과는 결별" 했다.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이뤄 성과를 얻는다 해도 내가 얻는 것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스타트업으로 옮기고 나서는 달라졌다. 조용한 퇴사자가 우리 회사 내에도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내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지금 회사가 추구하는 미션을 믿고, 이 회사가 그 미션을 수행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더군다나 그 미션을 수행하는데 내가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루하루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지금 내 모습과 과거를 비교해 보면 조용한 퇴사가 개인의 성향 문제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직장 생활하면서 지금과 같았던 적이 없다. 잠시 어느 정도의 성취감을 느낀 적은 있으나, 지금처럼은 아니다. 지금 회사보다 훨씬 조직 문화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은 지금의 조직이 훨씬 작고 내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는 것이다. 즉, 이제는 개인의 권한과 책임이 적을 수밖에 없는 큰 조직에 몸담는데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나는 조용한 퇴사자와 같은 현상은 회사라는 조직이 점점 해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조직에 기대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 수록 큰 조직은 설자리를 잃어갈 거라 본다. 점점 큰 조직이 사라져 가는 미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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